통풍은 주로 남성들에게 많은 질환으로 여성에서는 드물게 나타납니다. 외국에서는 남자들이 여성보다 3~4배 많고, 국내에서는 6~33배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 사이에 첫 발작이 오지만 여성은 폐경 후인 50대에서 70대 사이에 첫 발작이 나타나게 됩니다. 폐경 이전의 여성들에게 통풍이 잘 찾아오지 않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이 요산의 배설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남자들도 30세 이전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데 사춘기에 요산 수치가 오르기 시작해서 몸에 충분히 축적되고 첫 발작이 시작될 때까지 평균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드물게 청소년기 남성이나 가임기의 여성에게 통풍이 일찍 찾아온 경우에는 특별한 이상들, 즉 콩팥의 질병이나 희귀한 유전 질환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통풍의 발병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20년 동안 연간 발병율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고 영국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발병율이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현상은 길어진 수명, 식생활 패턴의 변화(고칼로리 식사, 청량음료, 알코올), 비만, 고혈압, 당뇨, 대사증후군, 심장병 등 여러 질환의 증가, 심부전 및 말기신부전의 생존율 개선, 이뇨제 및 아스피린 사용 증가 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통풍의 유병율은 나라와 민족에 따라 다른 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1~3%의 국민들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아시아지역에서는 빈도가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0.3~1%)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유병율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이루어진 바 없지만 경제 발전에 따라 육류와 해산물의 섭취가 늘어나고 직장이나 모임에서 회식과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의 몸은 수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략 수십조 개) 이 중 많은 세포가 성장을 위해서 그리고 쓸모 없게 된 부분들을 수선하기 위해서 매 순간 계속 죽어가고 또 그만큼의 새로운 세포들이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면 백혈구는 약 2주간을 살고, 적혈구는 120일, 위장관 세포는 4~6일, 그리고 피부의 표피세포는 약 한 달을 살고 죽는데 인체는 새로운 세포들을 만들어서 사멸하는 세포를 대체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경우 대략 1분에 9천6백만 개의 세포가 죽고 또 같은 수만큼의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모든 세포들은 일반적으로 세포질과 핵으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질의 가운데 있는 핵에는 염색체가 있는데 염색체 안에는 유전정보를 가진 DNA와 이 DNA로부터 복제(전사)된 RNA가 있습니다. DNA와 RNA를 가리켜 핵산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유전정보를 전달하고 인체대사에 필수적인 단백질 합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런 핵산을 구성하는 염기들은 화학적 구조에 따라 다시 퓨린계(아데닌, 구아닌)와 피리미딘계(유라실, 타이민, 싸이토신)로 나뉩니다. 세포들이 죽을 때 핵 안에 있던 핵산들도 분해가 되는데 퓨린계 염기들은 최종적으로 요산이라는 물질로 분해되고, 피리미딘계 염기들은 마지막에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 그리고 베타 아미노산으로 분해됩니다.
일반적으로 체내에 존재하는 요산의 양은 생성되는 퓨린의 양과 배출되는 요산량의 균형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 몸에 있는 퓨린의 3분의 2는 세포의 사멸이나 대사활동으로 인해 체내에서 합성되고 나머지 3분의 1은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얻어집니다. 그리고 퓨린으로부터 만들어진 요산의 3분의 2는 신장을 통해 배설(하루 0.5그램)되고 나머지 삼분의 1은 장을 통해 배출(하루 0.2그램)됩니다. 이렇게 요산 대사가 균형을 이룰 때 정상인의 체내 요산량(Uric acid pool)은 약 1.2그램 정도, 그리고 혈중 요산농도는 대개 성인남자 7.0 mg/dl 이하, 여자는 6.0 mg/dl 이하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요산 생성과 배출의 균형이 무너져 생산이 증가하거나 배출이 감소하게 되면 혈중 농도가 올라가고 체내 요산량이 증가하여 결국 통풍에 이르게 됩니다. 이 중 요산의 분비가 감소한 경우는 약 90%, 생산이 증가한 경우는 약 10% 정도입니다.
고요산혈증과 통풍의 발병에 가족적인 성향이 있다는 것은 수백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한 고요산혈증을 가진 백인의 약 40%에서 가족력이 있고 유전이 통풍의 발병에 약 6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구체적으로 그것이 어떤 유전인자의 이상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통풍이 복잡한 다인자성 질환으로서 다양한 유전인자와 여러 가지 생활습관, 그리고 환경인자들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발견된 유전자의 이상은 모두 희귀한 유전질환들이었고 대부분 환자들의 대사이상을 설명해 줄 유전자의 이상은 최근까지 발견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에 인간 지놈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2008년 경 부터 통풍에 대한 대규모 유전자 연관 연구(GWAS)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일반적인 통풍환자들의 대사 이상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콩팥의 요산 수송과 관련된 유전자변이체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된 변이체들 중 백인들에게서는 SLC2A9, ABCG2, SLC17A1/3, SLC22A11/12, PDZK1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고, 동양인들은 ADRB3 와 MTHFR 등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통풍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여러 가지 통풍을 일으키는 요인들을 생활습관의 교정이나 약물치료에 의해 조절가능한지 여부에 의해 조절불가능 인자와 조절가능 인자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통풍의 발작은 관절조직에 축적된 요산 결정에 대해 염증이 시작되면서 나타나게 됩니다. 요산결정의 형성은 혈액 속의 요산과 나트륨의 농도, 온도, 산성도(pH), 압력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요소들에 영향을 받습니다. 평소에는 요산결정이 조직에 축적되어 있어도 혈액에 노출되지 않는 위치에 숨져져 있던지 아니면 아포-지단백 E 또는 아포-지단백 B 등 단백질 물질에 의해 둘러싸여 있어서 염증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산 농도가 급격히 증가 또는 감소하거나 관절이 미세한 충격을 받거나 하여 아포-지단백들이 떨어져나가고 아포-지단백에 둘러싸이지 않은 순수결정부분(단나트륨 요산염 결정)이 밖으로 노출되면 그 부위에 면역글로불린이나 혈청보체들이 달라붙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내재면역시스템들이 이 요산결정들을 위험신호(Danger signal), 즉 자기 몸의 일부가 아닌 외부에서 침투한 적으로 간주하여 여러 경로(톨유사수용체(TLR2/4), 염증조절복합체(Inflammasome) 등)를 통해 염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렇게 분비된 여러 가지 염증매개물질 및 화학유인물질들에 의해 중성구와 단핵구등 염증세포들이 급속히 몰려들고 이들은 요산결정을 위험한 이물질로 간주하여 잡아먹습니다.(탐식) 그러나 이러한 탐식작용에도 불구하고 요산은 분해되지 않으므로 날카로운 요산결정에 의해 세포들이 찢어지고 깨지게 됩니다. 이렇게 손상된 탐식세포로부터 여러 염증물질이 추가적으로 대량 방출되면서 염증은 걷잡을 수 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이런 염증물질(TNF-α, IL-1β, IL-6, IL-8, 류코트리엔, 프로스타글랜딘)과 독성물질(활성산소, 히스타민, 라이소자임 등)에 의해 염증부위는 빨갛게 부어 오르고 뜨거워지며 환자는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결국에는 조직이 손상되게 됩니다.
급성 통풍발작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수그러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염증이 최고조에 이르고 나면 서서히 정리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탐식세포들에 의한 요산결정의 탐식, 그리고 그 탐식세포가 죽는 자가사멸, 요산결정의 자연용해가 일어나고 TNF나 IL-1에 대한 자연길항제들이 늘어나면서 염증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막습니다. 또한, 단핵구로부터 분화한 대식세포들은 항염물질인 TGF-β, IL-10, PPAR-γ를 분비하고 동시에 자가사멸한 중성구의 잔재들을 하나하나 청소해 나갑니다. 결국 노출되어 있던 단나트륨 요산염 결정들이 아포-지단백과 다른 물질들에 다시 덮이게 되면서 급성 발작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그러나 급성기가 지나고 외형적으로는 평온한 상태로 회복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염증이 있었던 부위에서는 약한 염증현상이 지속됩니다. 염증유발물질, 화학유인물질, 기질단백분해효소 등이 염증을 유지시키면서 점차 만성 활막염이 발생되고, 연골의 파괴와 관절주변 뼈의 손상(골미란)도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들이 아주 천천히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잘 모르고 지낼 수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손상이 누적되면 결국 육안으로도 확인되는 피부 밑의 덩어리(요산결절)나 관절의 변형, 기능부전(불구) 등을 초래하게 됩니다.
통풍은 증상이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다른 질병들과 혼동되기 쉬운 질환(“Great mimicker”)입니다. 따라서 엉뚱한 질병으로 착각하기도 쉽고 또한 오진하기도 쉽습니다. 가끔 흔하지 않은 증상으로 나타나게 되면 다른 질병과의 감별이 아주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은 질병의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 통풍의 평균적인 진행 패턴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풍의 진행 과정을 대체로 3단계로 구분하는데 무증상기에 조용히 결절을 형성하는 사람도 있고 급성기로부터 만성기로 급격히 진행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런 구분이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평균적인 경우에 해당하는 분류라는 점을 감안하고 설명을 이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통풍 환자에게 첫 발작이 일어나기 전 수년 동안 요산 수치가 올라가 있는 시기로서 증상이 없는 시기라 하더라도 고요산혈증은 통풍 발생의 가장 큰 위험인자입니다. 한 연구에서 고요산혈증을 가진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 혈중 요산수치가 9.0mg/dl 이상인 사람들은 5년 이내에 약 22%에서 통풍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급성기에 들어서면 약 90% 정도에서 첫 발작이 한두 관절에 갑자기 찾아오게 됩니다. 하지만 약 10%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여러 관절이 붓고 아플 수도 있습니다. 대개 다리의 작은 관절들에 잘 오는데 그 중에서도 엄지발가락이 붓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첫 발작의 약 50%가 이 엄지발가락에 나타나고 모든 통풍 환자의 약 90%에서 평생 동안 적어도 한번은 이 관절이 붓습니다. 가끔 전조증상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통증은 예고 없이 시작되고 약 8~12시간 후에 염증이 최고조에 이르러 빨갛게 붓고, 뜨겁고, 만지면 불에 덴 것처럼 아프게 됩니다. 오죽 아프면 호랑이가 물어뜯는 것 같다고 표현한 사람도 있었을까요? 그런데 다행히 초기에는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어도 3~4일 만에, 늦어도 2주안에는 저절로 증상이 좋아지게 됩니다. 증상이 가라앉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해져서 다시 일상생활을 계속하고 아팠던 기억도 금방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발작기와 발작간 휴식기가 교대로 나타나는데 증상이 없는 휴식기에도 요산결정의 침착은 조용히 진행되면서 서서히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여러 번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10년, 20년에 걸쳐 서서히 질병의 양상이 변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몇 년에 한번, 또는 일년에 한두 번 정도로 가끔 아프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발작의 빈도가 증가합니다. 또한 한두 관절에 머물던 통증이 점차 여러 관절을 돌아가면서 침범하기 시작하고 부위도 발이나 발목에서 점차 무릎, 손, 팔꿈치 등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통증은 그다지 심하지 않지만 발작의 빈도는 점점 증가하고 빨리 낫지도 않게 되면서 결국은 만성 다발성 관절염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리고 관절 주변의 연부조직이나 점액낭, 힘줄 등에도 염증을 일으키고 관절 외의 장기들, 즉 콩팥이나 내장, 심혈관계, 척추신경계 등에도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요산침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통풍 결절은 처음 발작이 있은 후 대략 10여 년에 걸쳐 발달하게 되는데 연부 조직이나 관절 주변에 치약처럼 축적된 요산 결정의 단단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로 충격이나 차가운 외부에 잘 노출되는 위치인 손가락, 발가락, 팔꿈치, 귓바퀴 등이 호발 부위이고 관절주위에 형성된 경우에는 관절 안으로 파고 들어가며 뼈를 녹이고(골미란) 그 자리를 대신 채우게 됩니다. (방사선 사진 참조)
통풍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신장결석의 가능성이 약 1000배 증가합니다. 실제로 통풍이 나타나기 전에 요로결석을 먼저 경험하는 사람이 약 30~40%에 이를 정도로 통풍과 신장질환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통풍 환자에게 나타나는 요로결석은 대부분 요산 결석이지만 약 20%의 경우에는 칼슘이 요산핵을 둘러싼 칼슘 결석입니다. 통풍이 일으키는 신장질환은 이런 신장결석뿐만 아니라 요산 결정이 서서히 실질 조직을 파괴해서 신부전에 이르게 하는 신병증(Nephropathy)도 있습니다. 이러한 신병증에 의한 신부전증은 통풍환자 사망원인의 약 10~20%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합병증이므로 자주 신장기능을 체크하고 콩팥기능이 나빠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요즘 한창 주목을 받고 있는 ‘대사 증후군’이라는 게 있지요? 복부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당뇨) 등이 몰려다니며 결국 심장병, 동맥경화, 뇌중풍 등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키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대사증후군 환자에게도 고요산혈증이 자주 동반되고 통풍의 빈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통풍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반드시 대사증후군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통풍과 대사증후군, 그리고 심혈관질환 등 세가지 질병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 질병들의 상호관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어서 몇 가지 중요한 연구결과를 소개합니다.
1. 최근 통계에 의하면 통풍 환자의 약 60~80%가 대사증후군을 가지고 있고, 60~70%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으며, 약 20%의 환자들은 당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인 고혈압 환자의 50%, 그리고 청소년 고혈압 환자의 90%가 고요산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약 1만 명의 남녀를 평균 5.7년 동안 추적한 결과 남자는 요산 농도 6.5mg/dL 이상인 사람이 5.5mg/dL 미만인 사람에 비해 그 기간 동안 대사증후군의 발생이 1.6배 증가했고, 여자는 4.6mg/dL 이상인 사람이 3.8mg/dL 미만인 사람에 비해 2.3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대사증후군 환자들의 혈중 요산농도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평균 0.5~1.0mg/dL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 한 연구(MRFIT)에 따르면 통풍 환자에서 급성심근경색은 다른 사람에 비해 약 26% 증가하지만 심장사망율은 35% 증가했고, 다른 대규모 장기연구(HPFS)에서는 그 수치가 더욱 증가해서 각각 59%와 3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RFIT연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고요산혈증은 그 자체가 독립적인 심근경색의 위험인자이고 혈중 요산농도가 1mg/dL 증가할 때마다 급성 심근경색의 위험은 약 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또 다른 대규모 장기연구(Rotterdam Study)에서는 심혈관질환들 뿐 아니라 뇌혈관질환(중풍)의 위험도 5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고요산혈증이 대사증후군과 심혈관질환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요산의 전구물질인 잔틴(Xanthine)과 하이포잔틴(Hypoxanthine)의 대사 과정 중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DNA와 RNA의 손상, 단백질 변성, 불포화지방산의 산화 등을 일으키고 효소의 작용을 떨어뜨려 여러 가지 대사장애를 일으킴으로써 결국 혈관내피세포 기능장애, 동맥경화, 고혈압, 심혈관합병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급성 발작이 있을 때는 모든 관절을 살펴보게 됩니다. 한 관절만 침범했는지 또는 다른 여러 관절에도 문제가 있는지 아는 것은 치료와 예후의 추정에 중요합니다. 관절이나 관절 주변에 발적과 압통, 부종과 국소 발열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증후들은 감염에 의한 연조직염과 전혀 구별할 수 없는 특징들이므로 감염의 가능성을 신중하게 감별해야 합니다. 발작이 다발성 관절염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전신의 열을 동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전신의 중증 감염 질환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통풍 결절이 있는지 찾기 위해 모든 관절과 귓볼 등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검진상 결절의 존재는 요산 수치가 높아진 지 대략 10~20년 이상 경과한 것을 의미합니다.
혈액 검사는 통풍을 진단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가능성을 알아보고 치료 약물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참고 자료일 뿐입니다. 통풍의 확실한 진단은 반드시 아픈 관절의 물을 뽑아 조사하는 관절액(활액) 분석을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요산수치의 정상범위를 남자는 7.0mg/dl까지, 여자는 6.0mg/dl까지로 규정하는데 이는 표본인구의 혈중요산수치의 정규분포에서 2표준편차범위(2SD)를 따른 것으로 통계적으로 규정되는 정상수치입니다. 이 정의를 사용하여 통풍위험도를 평가하면 민감도는 67%, 특이도는 78% 정도로서 임상적 판단에 어느 정도 유용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요산은 그보다 낮은 6.8mg/dl 농도에서부터 결정화되기 시작하는 것이 확인되어 실질적 통풍위험도는 혈중농도 6.8mg/dl를 넘으면 증가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흔히 피 속의 요산 수치가 높으면 통풍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인구의 5~20%는 혈액검사에서 요산 수치가 높게(>7mg/dL) 나오지만 그 중 통풍에 걸리게 되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반면 실제로 급성 통풍 발작이 일어나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 요산 수치가 정상인 경우는 약 40%에 이릅니다. 따라서 관절이 아플 때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다 통풍이라고 할 수 없고, 요산 수치가 낮게 나온다고 해서 통풍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또한 연부조직 감염의 경우에도 관절이 아프고 뜨겁고 빨갛게 되면서 종종 요산 수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통풍으로 추정하고 치료하게 되면 부적절한 치료일 뿐 아니라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주 주의해야 합니다. 요산 수치는 통풍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 상태에서도 증가합니다. 예를 들면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건선, 그리고 몇 가지 특별한 혈액질환이나 혈액암 등입니다. 따라서 요산 수치가 상승하였을 때는 별다른 치료가 필요 없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인지, 아니면 치료가 꼭 필요한 통풍이나 다른 여러 질환들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혈액검사 중 간기능, 콩팥기능, 당뇨 검사 등을 유의해서 보아야 합니다. 간기능이 나쁜 경우에는 치료 약물의 선택이나 용량 조절에 조심해야 합니다. 콩팥기능은 요산 침착에 의한 신장 기능 이상을 판단하는데 중요하고 또한 약물의 선택과 용량 조절에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크레아티닌(Creatinine)’만으로는 노인이나 야윈 사람의 경우 신장기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으므로 다른 정밀한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통풍 환자의 약 절반은 비만과 고지혈증, 또 다른 절반은 당뇨의 전단계인 인슐린 저항성을 동반하므로 당뇨 검사와 콜레스테롤 검사도 해보아야 합니다. 특히 콜레스테롤 중에서도 중성 지방과 HDL(고밀도 지단백) 수치를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급성 발작시, 특히 여러 관절을 함께 침범한 경우에 백혈구 수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흔히 열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전신 감염과 증상이 아주 유사하므로 감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통풍 환자에 있어서 소변 검사는 ‘보통 소변검사’와 ‘24시간 소변검사’의 2단계로 나누어 집니다. 보통의 검사에서 소변에 피가 보이거나 단백뇨가 있는 경우에는 요산 침착에 의해 콩팥이 상했거나 결석이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므로 신장을 정밀하게 조사해 보아야 합니다. 24시간 소변검사는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저녁 8시까지 만 하룻동안 소변을 모아서 단백량, 요산량, 크레아티닌, 크레아티닌 청소율 등을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정상적인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24시간 소변에 배설된 요산량이 800mg 이상이면 체내에서 요산을 많이 생산하는 체질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요산량이 1100mg을 넘을 경우는 콩팥이 손상될 위험이 높은 사람이므로 주의해서 콩팥 기능을 추적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요산량과 크레아티닌 청소율은 콩팥 기능저하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약물 선택과 용량의 조절에 필수적인 자료입니다.
발적을 동반한 급성 관절염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관절액을 뽑아서 분석하는 것은 유사 통풍이나 감염과 같은 질환들을 감별하고 통풍을 확진하기 위한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검사입니다. 광학 편광 현미경 소견상 편광축의 방향에 따라 특이한 색깔 변화를 갖는 바늘처럼 생긴 요산 결정이 백혈구에 탐식된 소견으로 통풍을 확진하게 됩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질환인 ‘유사통풍’의 경우 통풍과 반대의 색깔변화를 갖는 직사각형이나 마름모꼴의 결정의 검출로 감별이 가능합니다.
이 관절 활액 분석은 통풍 환자에게는 일생에 꼭 한번, 그리고 단 한번만 필요한 검사입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나 치료에 잘 듣지 않는 급성 발작의 경우에는 다시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만성 통풍성 관절염에 의해 손상된 관절은 세균 감염에 의해 이차적인 화농성 관절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초기에는 정상 소견이거나 연부 조직이 부은 소견만 나오게 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절이 생기면 뽀얀 음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특징적인 것은 관절의 뼈를 녹여 들어간(“미란”) 소견인데 류마티스 관절염과의 감별이 중요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보다는 통풍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소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중에너지 CT란 서로 다른 2가지 에너지빔을 발사하는 두개의 헤드를 90도 간격으로 배치하여 각각의 헤드에서 나온 에너지빔으로 부터 얻어진 정보를 대조하여 수학적으로 영상을 재합성하는 방법으로 최근 여러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도움을 주는 첨단 영상진단장치입니다. 통풍의 진단에 있어서도 말단 관절 뿐만 아니라 몸 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요산 결절을 쉽게 찾아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분석에 방해가 되는 뼈조직의 영상을 제거하고 요산 결절의 위치와 크기를 정량적으로 평가하여 치료의 효과를 추적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초음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근골격질환의 진단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데 고해상도 관절초음파 검사는 붓고 아픈 관절질환의 감별진단에도 아주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특히 통풍의 경우에는 관절연골 표면의 특징적인 이중외곽선 소견이나 고음영 병변 소견, 연성 또는 경성 결절 소견, 그리고 골미란 소견 등을 정량적으로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비슷한 다른 질병과의 정밀감별이나 치료 후 효과 추적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통풍치료의 핵심 원리는 요산 강하약물을 통해 혈중 요산농도를 떨어뜨려서 몸에 쌓인 요산결정들을 녹여 몸 밖으로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설명하는 식이요법이나 금주, 체중조절 등은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전신합병증의 발생을 낮추기 위한 보조적인 방법으로서 이들이 약물요법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통풍의 약물치료는 상황에 따라 크게 세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급성 발작의 치료
둘째, 발작의 예방
셋째, 장기적인 치료
급성 발작이 있을 때는 소염진통제, 콜치신(colchicin), 스테로이드 등으로 치료하게 되는데 상황에 따라 어떤 약물을 선택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위나 콩팥 이 좋지 않은 환자에서 소염진통제나 콜치신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없고 반대로 감염이나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통적으로 소염진통제는 인도메타신이 표준으로 여겨져 왔지만 두통이나 간기능 이상, 또는 골수 억제 등의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어서 사용이 감소하는 추세이고 요즘은 강력하고 부작용이 더 적은 약물들이 많이 있으므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콜치신은 발병 48시간 내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데 간질환이나 신장질환 또는 고령 환자에게는 부작용의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스테로이드는 먹는 약으로 복용할 수도 있고 직접 아픈 부위에 주사하거나 정맥주사로 투여할 수도 있는데 먹는 경우에는 초기에 강한 용량으로 치료하고 2~4일 간격으로 차차 줄여나갑니다. 한 관절만 붓고 아프면서 감염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는 경우는 한번의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로 몇 시간 후부터 편해질 수 있으므로 고통이 심한 경우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통풍 발작에 있어 인터루킨-1(IL-1)이 핵심 염증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이것을 막는 항-인터루킨 치료제(아나킨라, 릴로나셉트, 카나키누맵)들이 새로운 급성기 치료제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나 콜치신을 쓸 수 없는 환자들의 치료에 유용하고 발작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대표적인 통풍치료제로 알려진 알로퓨리놀(자일로릭)은 급성 발작이 있는 상태에서는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급성기에 급격하게 요산 수치를 낮추게 되면 오히려 통풍 발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가지 측면에서 발작예방 치료를 살펴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급성 통풍 발작의 시작단계에서의 차단(“중절”)이고 두 번째는 만성기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단계에서 급성 발작이 오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요산강하 치료의 초기 단계에서의 발작예방 요법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 즉 발작의 차단은 콜치신이나 소염진통제를 항상 상비약으로 지니고 있다가 발작의 기미가 보이면 바로 복용하는 방법으로 한두 알의 약물로써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요산강하 치료의 적응증이 되지 않거나 약물과 맞지 않아 그런 치료를 할 수 없을 때 대안으로 일시 또는 장기적으로 통풍 발작을 예방하는 치료를 의미합니다. 대개 하루에 콜치신 한알이나 두알을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약 85%의 발작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저용량의 진통소염제를 꾸준히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요산강하 치료시 발작예방으로서 요산강하 치료 초기에 급격하게 혈중 요산농도가 떨어지면서 급성 발작이 자주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저용량의 콜치신이나 진통소염제를 일정기간 같이 복용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혈액 속의 요산 수치를 떨어뜨리는 치료를 의미하는데 마치 혈압이 높은 사람의 혈압을 낮춰주거나 혈당이 높은 환자의 당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꾸준히 장기적으로 해나가야 할 치료입니다. 요산강하 치료는 발작 횟수, 요산 수치, 결절이나 요산 결석의 존재 여부 등을 신중히 고려하여 시작해야 합니다. 첫 통풍 발작 이후 재발하는 확률은 1년 내에 62%, 2년 내에 78%, 10년 동안 93%입니다. 따라서 10년이 지나도록 재발하지 않는 7%의 사람들을 위해 첫 발작 후에는 바로 요산강하 치료를 시작하지 않고 두번째나 세번째 발작 시에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요산 수치가 9mg/dL 이상일 때는 재발의 가능성이 크고 결절을 조기에 형성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검진이나 병력상 결절이나 결석이 존재하는 경우는 약물에 대한 특별한 금기가 없는 한 요산강하 치료를 필히 시작해야 합니다.
요산강하 치료를 시작하는데 있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급성기에는 요산강하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급격한 요산 수치의 변동은 급성 통풍을 악화시키거나 치료를 더디게 하기 때문에 반드시 급성기 치료로 발작이 가라앉고 나서 약 3~4주가 지나서 시작해야 합니다.
둘째, 요산강하 치료의 시작과 더불어 통풍이 악화되는 수가 있기 때문에 예방 목적으로 반드시 콜치신이나 소염진통제를 먼저 시작한 후 요산강하 약물을 시작해야 합니다.
셋째, 요산강하 약물 복용 중에 통풍 발작이 일어났을 때는 그 약물을 중단하지 않고 급성기 치료만 추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요산강하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혈중 요산이 증가하면서 발작을 악화시키거나 호전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산강하 약물은 세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대표적인 약물은 알로퓨리놀(자일로릭®, 자일로프림®)입니다. 주로 체내 요산 생성이 많은 사람에게 적용되지만 요산 분비가 적은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으므로 많이 쓰는 약물입니다. 이 약물의 추가적인 장점은 산화스트레스(=활성산소)를 줄여서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혈압을 개선시키며 심혈관사망율을 낮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 약물은 여러 가지 고려사항과 금기증, 그리고 상황에 따른 용량 조절이 필요한 약물로서 통풍 환자라면 아무나, 아무렇게나 복용할 수 있는 약제가 아니고 오남용시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를 해야 합니다. 특히 스티븐 죤슨 증후군이나 독성 표피 괴사용해증과 같은 중증 피부 부작용들은 발생빈도는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여러가지 중증합병증으로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최근 이러한 중증 피부 부작용들이 주로 HLA-B*5801이라는 유전자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이 유전자는 특히 아시아 인종에 많으므로 향후 우리나라에서는 알로퓨리놀 치료 시작 전 반드시 이 유전자 검사를 해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피벅소스탯(페브릭®, 율로릭®)이라는 새로운 약물이 나왔는데 이 약물은 알로퓨리놀에 비해 요산강하 효과가 좀더 좋고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도 별다른 용량 조절이 필요하지 않은 장점이 있으나 치료 중 급격한 요산강하로 인해 통풍발작이 더 빈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는 요산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로서 프로비네시드나 벤즈브로마론 등이 있습니다. 이런 약물은 요산의 배출이 줄어든 환자들에게만 유효한데 반드시 다음의 조건을 만족해야만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정상 신장기능
• 하루 2리터 이상의 수분 섭취
• 신장 결석이 없을 것
• 아스피린 계열 약물은 복용하지 않을 것
고혈압 치료제 중 ‘로살탄’과 '암로디핀' 그리고 고지혈증 치료제 중 ‘페너피브레이트’와 '아토바스타틴' 같은 약물들에도 요산분비 촉진효과가 있습니다. 통풍 환자 중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약물을 사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최근 RDEA594라는 새로운 요산분비 촉진제가 임상시험 중에 있는데 알로퓨리놀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고, 알로퓨리놀과 병용요법 시에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세번째는 요산 분해효소제로서 요산을 산화시켜 물에 잘 녹는 수용성물질(알란토인)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여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 동안 대량의 요산을 체외로 빼낼 수 있습니다. 이 계열의 대표 약물은 페글로티케이스(크리스텍사®)로서 전통적인 요산생성억제제나 요산분비촉진제 치료로 수년이 걸리는 요산결절의 완전용해 및 소멸을 수주 내지 수개월 만에 달성할 정도로 효과는 좋으나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불편함이 있고, 가끔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비싸서 미국 FDA로부터 다른 약물에 듣지 않는 난치성 통풍의 치료에만 쓰도록 승인되었습니다(2010년).
일단 요산강하 치료를 시작하면 요산 수치를 6.0mg/dL(결절이 있는 경우는 5.0mg/dL)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지속적으로 이 수치를 유지하게 되면 요산의 생산과 결정침착보다 결정용해 및 배출이 많아져 체내 요산이 줄어들고 피하의 결절도 점차 녹아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결절이 없어지고 통풍 발작이 수년 동안 없었다고 해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 한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낮은 용량으로 계속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만일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대부분 1~2년 안에 다시 발작이 시작되고 3~4년 안에 피하 결절이 재발하여 뼈의 파괴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풍의 약물치료는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일생 동안 꾸준히 계속되어야 합니다.
다음의 그래프는 본격적인 요산강하 치료를 받는 116명의 통풍환자들을 대상으로 혈중 요산수치를 6.0mg/dL 이하로 유지한 채 5년 동안 관찰하면서 2개월 간격으로 통풍발작의 재발이 있었던 비율(%)을 추적한 연구의 결과로서 4년 반이 넘어가면 통풍의 발작이 모든 사람에게서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 연구에 참여한 대다수의 환자들에게서 통풍결절이 거의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관찰되었습니다.
현대의학은 여러 가지 효과적인 약물의 발달로 고질병이라고 여겨졌던 통풍을 너무나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치료를 받고 있어도 본인의 노력이 없으면 최선의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몇 년째 통풍으로 고생하다가 요산강하 치료로 통풍의 고통에서 해방된 김모씨는 어느 일요일 아침 고교 동창회에 나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맥주를 몇 잔 돌리다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운동도 안하던 그가 옷을 벗고 뚱뚱한 몸매로 뙤약볕에서 신나게 공을 찼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텐트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부글부글 끓는 참치찌게와 군침 도는 삼겹살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오랫만에 좋은 안주에 시원한 막걸리를 몇 잔 들고 나서 이번에는 학창시절 옛 멤버들과 농구를 하였습니다. 유쾌하고 재미있는 하루를 보낸 김씨는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식사 후 이뇨제가 포함된 고혈압약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밤늦도록 보고서 준비를 하다가 다음날 새벽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자 그는 직장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병원으로 직행해야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다음의 권고들을 읽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비만은 혈중 요산치를 높이고 통풍발생 위험도를 증가시키는데 통풍 환자의 약 80%는 과체중(이상적인 체중보다 10%이상 무거운 상태)이고 60% 정도는 비만(이상 체중보다 30%이상 무거운 상태)에 해당합니다. 체중을 조금만 줄여도 요산의 배설을 촉진하게 되고, 체중 조절 후 요산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으며 또한 통풍의 위험도도 일정부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운동이나 식사량 감소를 통한 체중감량은 통풍과 여타 연관 대사증후군 합병증의 개선을 위해 다른 어떤 식이조절보다도 중요한 요소로서 모든 식이요법에 앞서 가장 기본적으로 시행해야 할 조치입니다.
술은 통풍 환자와 상극입니다. 알코올은 여러 가지 경로로 요산의 생산을 늘리고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통풍 환자에게 최대의 적입니다. 음주를 많이 하면 요산강하 치료를 받아서 요산 수치가 낮아진 상태에서도 통풍 발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발표된 술의 종류와 양에 따른 통풍 유발 위험도에 관한 연구에서 맥주가 가장 통풍을 잘 일으키며 양주는 중간, 그리고 와인은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355㎖짜리 맥주 두 병 이상을 마시면 통풍에 걸릴 위험이 약 2.5배 증가하고, 하루에 44㎖짜리 양주 2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은 약 1.6배 증가하지만, 매일 와인을 118㎖단위로 두 잔 이상씩 마시는 경우는 통풍 발병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할만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맥주에는 구아노신(guanosine)이라는 퓨린 성분이 알코올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요산치를 높이는 반면 와인에 들어있는 폴리피놀(polyphenol)같은 항산화성분은 알코올의 통풍 유발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날마다 10~15그램의 알코올(소주 한잔)을 마시는 남성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남성에 비해 1.3배, 15~30그램의 알코올(소주 두잔)은 1.5배, 30~50그램의 알코올(소주 세잔)은 2배, 50그램 이상의 알코올(소주 반병 이상)은 2.5배 정도로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소주나 막걸리가 통풍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전향적 연구나 역학조사는 아직 없고 몇몇 양조회사들이 자기회사제품은 통풍과 무관하다는 근거가 미약한 광고를 하고 있지만 소주에는 요산을 높이는 과당이 첨가되고 있고, 막걸리 역시 퓨린이 많은 효모로 만드는 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다른 주종에 비해 그다지 나은 점은 없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와인도 통풍 발병에 영향이 적다고는 하나 이 역시 알코올이므로 두잔 이상 과음은 삼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전에는 음식물에 포함된 퓨린의 양을 근거로 통풍발생의 위험도를 추측하여 식이요법을 권하였습니다. (저퓨린, 고퓨린 식품 등등) 그러나 저퓨린 식사는 맛이 없어 장기간 계속하기 힘들고, 엄격하게 시행해도 혈중 요산 수치는 겨우 1mg/dL 정도를 줄일 수 있을 뿐으로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효과가 적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약물 치료로는 쉽게 4~5mg/dL의 요산 수치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신 약물들을 이용하면 그 이상의 효과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 상태라면 굳이 힘들게 맛없는 식이요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좋아하는 음식들을 적당히 즐겨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여러 관련 질환들(고혈압, 고혈당, 비만, 심혈관질환 등)에 대한 건강 효과를 고려하고 질병에 대해 최선의 치료를 원한다면 통풍 환자를 위한 식이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최선의 치료와 식이조절을 하다가도 한꺼번에 기름진 음식을 폭식하거나 술을 과음하게 되면 약 복용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라도 급성 발작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폭음/폭식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2004년 이후 통풍과 식이습관 사이의 관계에 관한 대규모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많은 개별음식과 통풍 발생사이의 실제 위험도가 밝혀졌는데 과거의 이론적 추측과 실제의 위험도가 다른 것도 있었고 과거에 생각지 않았던 물질들이 예상외로 통풍의 위험도를 높이거나 반대로 예방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어서 최근에는 단순한 퓨린량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탄수화물 비중을 줄여 전체적인 칼로리를 낮추면서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섭취는 늘려서 고요산혈증과 대사성질환의 동시 개선을 도모하는 쪽으로 식이요법의 기준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위의 왼쪽 다이어그램은 2003년에 하버드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교수들이 일반인의 건강을 위해 제안한 식사 모델로서 "하버드 건강식이 피라미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왼쪽의 피라미드 모델에 최신 통풍연구결과를 반영하여 2005년에 소개된 “통풍환자를 위한 건강식이 피라미드”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단순하게 통풍의 위험도 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비만이나 고지혈증, 심혈관계 합병증까지 함께 고려하여 만들어졌으며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왼쪽의 건강식이 피라미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몇 가지 예외란 생선을 포함한 해산물, 당분이 풍부한 과일들, 그리고 알코올에 관한 것들인데 이어지는 각각의 항목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퓨린이 많은 대표적인 음식으로 고요산혈증과 통풍을 악화시키고 또한 포화지방산과 저밀도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아 비만, 심혈관질환, 인슐린저항성 등 통풍과 관련된 여러 질병들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되도록 줄여야 합니다. 발표된 바에 의하면 육식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은 가장 적게 하는 사람에 비해 통풍의 발병율이 41% 높았습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등푸른 생선을 포함해 모든 생선들이 요산수치를 증가시키고 통풍의 발생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을 위한 건강식이추천목록에는 생선들이 건강을 위해 좋은 식품으로 추천되어 있는데 이는 주로 생선에 포함된 불포화지방산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의 심혈관 및 염증성 질환에 대한 유익한 효과 때문입니다. 통풍환자들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심혈관질환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선의 섭취를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면이 있으나 통풍발작을 줄이기 위해서 과도한 섭취는 삼가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또는 생선섭취의 대안으로서 퓨린이 많은 살코기 대신 순수하게 정제된 오메가-3(특히 식물에서 추출한) 제품의 복용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조개류와 새우, 랍스터 등도 통풍의 발병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되도록 절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산물을 자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병율이 51%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유 및 우유가공식품 중에서 저지방 식품들, 즉 저지방우유나, 저지방 요거트 등을 많이 먹으면 통풍의 발생이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저지방 유제품을 많이 먹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통풍 발병율이 절반 정도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청량음료나 오렌지/사과 주스 등에 첨가물로 많이 들어있는 과당이 통풍 발병위험을 2배 가까이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과거에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견으로 요산수치가 높거나 통풍이 발병한 사람은 되도록 이런 음료를 줄이는 것이 권장됩니다. 과당을 정맥으로 투여하면 몇 분 안에 즉각 혈중 요산이 증가하는데 이런 현상은 통풍환자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과당의 대사과정에는 인산이 많이 필요한데 이 인산을 퓨린계 핵산의 한 종류인 아데노신으로부터 가져오게 되고 인산을 빼앗긴 아데노신은 결국 최종산물인 요산으로 분해되므로 혈중 요산이 증가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최근에 발견된 신장의 요산수송체 관련 유전자인 SLC2A9의 산물인 GLUT9은 요산수송과 과당수송을 동시에 담당하는데 혈중 과당이 많아지면 이 수송체가 과당의 수송에 많이 이용됨으로써 요산배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혈액 속의 요산농도가 늘어난다는 이론도 있습니다. 설탕 역시 과당을 포함하고 있는 이당류이므로 설탕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들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다이어트 음료에는 과당이나 설탕이 들어있지 않아 통풍의 발병율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으므로 이런 음료를 마시는 것은 괜찮습니다.
채소와 견과류, 콩류 식품들은 일반적으로 풍부한 영양소와 비타민, 항산화물질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날마다 다양하게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퓨린이 많다고 알려져 경계 대상이었던 시금치, 버섯, 콜리플라워 등의 식물들도 조사 결과 실제 통풍 발병의 증가 위험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서 더 이상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게 되었습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통풍의 발병 위험이 27% 낮다고 합니다. 하지만 채소와는 달리 달콤한 과즙이 풍부한 오렌지나 사과 같은 과일들에는 과당이 많아서 통풍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에 약 79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주스가 아닌 과일 상태로 먹는 경우에는 통풍의 발병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과일 역시 안심하고 충분히 먹어도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딸기(스트로베리)나 블루베리,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는 항산화작용을 갖는 안토시아닌이 많아 통풍 발병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자주 먹는 것이 이롭습니다.
2007년에는 커피와 통풍 발병위험과의 연관 관계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12년간 45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커피를 하루에 4~5잔 마시는 사람들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통풍에 걸릴 위험이 약 40% 낮았고, 하루에 6잔 이상을 마시는 사람들은 그 위험이 약 60% 낮게 나타났습니다. 디카페인 커피도 4잔 이상을 마시면 발병 위험이 약 30%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비타민 C는 상당한 요산배출촉진제로서 한 연구에서는 하루 500mg을 꾸준히 2달간 복용하면 혈중 요산농도를 약 0.5mg/dL 정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에서는 비타민 C를 하루 250mg이하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500~1000mg을 섭취하는 사람은 통풍의 발병위험이 17% 낮아지고, 1000~1500mg을 섭취하는 사람들은 34% 낮으며, 1500mg 이상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45%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통풍예방효과가 용량에 비례하여 커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타민 C의 통풍에 대한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운동으로 땀을 흘린다든지 먹지 못해 탈수가 되면 혈중 요산 수치에 급격한 변화가 오고 통풍 발작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통풍이 있는 사람들은 평소에 하루 2리터 이상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하여 탈수를 예방하고 요산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절의 심한 외상, 또는 오래 걷기 같은 사소한 충격이 누적되는 경우에도 통풍 발작이 잘 오므로 평소에 관절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급성 발작이 있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일상 활동이나 운동을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대로 진단되어 올바른 치료를 받는다면 통풍은 일생 동안 수술 받을 일이 없는 질환입니다. 만일 통풍이 만성적으로 진행하여 피부 밑에 결절이 만져진다 해도 수술로 제거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통풍 결절은 약물 치료로 얼마든지 호전시킬 수 있는데 한번 절개를 하면 잘 낫지 않고 장기적으로 요산결정들이 흘러나와서 골치 아픈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극히 예외적으로 통풍 결절이 신경을 누르거나 중요 장기에서 심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 깊은 감염을 일으켜서 항생제에 듣지 않고 만성적으로 고름이 흘러나오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풍은 관절을 침범하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으로만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정밀 진단기술의 발달과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통계기법의 발전에 따라 이 질병이 단순히 관절의 염증을 일으키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 장기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는 다기관 전신질환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병이 제때에 올바른 방법으로 치료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관절 질환으로서의 통풍의 예후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첫 번째 통풍 발작이 관절에 일어났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몸에 충분한 양의 요산이 축적되었음을 의미하며 또한 앞으로도 그런 발작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음을 암시합니다(10년 안에 93%). 만일 일년 안에 두 번째 발작이 생겼다면 이러한 발작이 자주 찾아와 관절에 염증을 일으킬 예정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간을 불문하고 세 번째 발작이 나타난다면 이것은 앞으로 통풍이 저절로 사라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계속 나타나서 관절을 괴롭히고 여러 장기에 합병증을 유발하겠다는 신호입니다.
그러나 자꾸 재발하는 통풍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는 5년 안에 약 30%의 사람들이 결절을 갖게 되고 10년 안에 60%, 그리고 20년 안에 약 75%에서 결절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러한 통풍결절은 많은 경우에 관절과 뼈를 손상시켜서 결국 골미란(뼈의 파괴)으로 연결되고 심하면 불구에 이르게 됩니다. 최근 일부 고요산혈증 환자들에게서는 통풍발작이 나타나기도 전에 고해상도 초음파 검사에서 이미 요산결절 소견이 관찰되는 경우가 자주 발견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전신질환으로서의 통풍의 예후를 살펴보면, 이 질병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장기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성 통풍 환자의 약 20~30%에서는 요로결석이 생기고 통풍환자의 약 10~20%가 신병증에 의한 신부전증에 의해 사망하며,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발병율도 높아지고 이와 관련한 사망 역시 증가하는데(통풍의 합병증 참조), 최근에는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수명 또한 짧아진다는 보고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기사망위험이 10~30% 증가, 그러나 요산강하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사망율이 23% 감소)
하지만 통풍은 200여 가지가 넘는 류마티스 질환들 중 발병 과정이 가장 자세히 연구되어 있고, 원인도 확실하게 밝혀져 있으며, 가장 정확한 진단법과 더불어 가장 좋은 치료가 개발되어 있는 질병입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위에 나열한 심각한 고통과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완치나 다름없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고의 예후를 갖는 질병이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는 이 질병에 대한 여러 가지 잘못된 지식과 소문들이 널리 퍼져있고 그로 인해 전문병원을 찾기보다는 민간요법이나 식이요법 등에 의지하면서 관절 및 전신 합병증의 진행을 방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이 병은 낫지 못하는 병이고 치료가 어렵다고 들었다며 약을 먹는 것 보다는 혼자서 식이요법을 해보겠다고 노력하다가 결국 관절이 심하게 손상되고 신장의 기능이 나빠진 후에야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식이요법으로 통풍의 조절이 불가능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지속적으로 요산 대사의 이상이 교정되지 않아서 혈중 요산 농도가 6.8mg/dL보다 높게 유지될 때는 피 속에 있는 요산들이 결정으로 쌓이면서 체내에 지속적으로 축적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요산 농도를 5~6mg/dL이하로 떨어뜨려야만 체내에 쌓여있던 요산 결정들이 다시 혈액 속으로 녹아 나와서 체외로 배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식이요법을 가장 엄격하게 해도 요산 농도를 1mg/dL 정도 떨어뜨릴 수 있을 뿐이므로 대개 8mg/dL 이상의 혈중 요산수치를 갖는 통풍환자들이 식이요법으로 요산농도를 목표치인 5~6mg/dL이하로 조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질병은 반드시 약물치료가 주치료가 되어야 하며 식이요법이나 기타 생활습관의 개선 등은 보조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통풍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요산에 의해 시간을 두고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여러 장기가 손상을 입게 되는 전신성 대사 질환으로서 아직까지 요산을 축적하는 몸(형질 또는 유전) 자체를 바꾸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최선의 치료는 요산을 녹여서 배출시키고 또한 지속적으로 축적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