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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결린다, 지근지근 애린다, 삭신이 쑤신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다.” 관절통과 근육통은 관절염을 가진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입니다. 특히 한두 군데가 아니라 온몸의 여러 군데가 아픈 경우는 “다발성 통증”이라 하는데,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다 관절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런 다발성 통증을 만들어 내는 질환들은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다발성 관절통은 몸살이나 감기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기에는 간단한 감기몸살치료만 하면서 지켜볼 수 있지만 만일 한달 이상 가는 증상이라면 자세히 검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질환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전신 다발성 통증의 진단은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대개 외래에서 마주치게 되는 환자 분들은 몸살 증상으로 오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감기 몸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병들이 처음에는 감기 비슷한 증세로 시작하기 때문에 의사는 항상 주의 깊게 경과를 관찰하게 됩니다.


콧물, 기침, 가래, 목 따가움, 열, 오한 등의 감기 증상과 같이 나타나는 관절/근육통의 경우는 간단한 검진 후 별다른 복잡한 검사 없이 감기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봅니다. 감기 몸살은 대개의 증상들이 일과성으로, 보통 1-2주 지나면서 좋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에는 초기라 하더라도 단순 감기가 아닐 가능성을 한번 더 생각해보고 처음부터 자세한 검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독감철이 아닌데 38.5도 이상의 고열이 있는 경우
열이 하루에 한 번 또는 몇 번씩 순식간에 급격히 올랐다 정상 체온으로 떨어지곤 하는 일이 여러 날 반복되는 경우
3주 이상 계속되는 몸살 증상
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쇠약해진 경우
관절의 뻑뻑한 증상이 30분 이상 지속되거나 붓고 뜨거운 경우
복통이나 설사, 피부 발진이나 변색, 심상치 않은 임파선의 비대, 밤에 심해지는 식은 땀, 탈모, 급격한 체중 감소
혈뇨나 각혈, 의식 혼미 등 예사롭지 않은 전신 증상이 동반될 때

이 단계에서는 단순한 몸살의 차원을 넘어서 뭔가 심상찮은 만성질환이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므로 의사와 환자는 진료수준을 한 단계 높여서 자세한 상의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제들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데에는 체계적인 지식과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먼저 환자의 증상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든 진료에 있어서 문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런 질환의 진단에는 특히 중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환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연령, 그리고 인종(이제 한국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있지요.)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서 사는 지 확인하고 나서 다음의 사항들을 하나하나 묻고 답해 갑니다.
어디가 아픈지 --- 정확한 부위, 관절이 아픈지, 살이 아픈지, 어떤 동작을 할 때 아픈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 며칠 전, 몇 주전, 몇 달전, 몇 년전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 갑자기 시작, 서서히 알게 모르게 시작, 잠깐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
어떤 경과를 밟았는지 --- 처음 증상이 그대로 계속되는지, 좋아졌다 나빠졌다 했는지, 점점 악화되어 왔는지 등
하루 중 경과가 어떤지 --- 아침에 심한지, 저녁에 심한지, 쉬면 (또는 활동하면) 나은지, 또는 악화되는지
관절이 붓거나 뜨거운지, 또는 움직임이 뻑뻑한 지 --- 뻑뻑한 경우 증상이 좋아질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평소에 하던 일은 어려움이 없는지 --- 일어나기가 힘든지, 걸음걸이는 괜찮은지, 머리를 빗을 수 있는지, 옷 입기가 힘든지, 계단은 잘 오를 수 있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등
사고를 당하거나 다친 적이 있는지 --- 다쳤다면 언제, 어떻게 다쳤는지, 치료는 어떻게 했는지
동반된 다른 증상들은 없는지 --- 열, 오한, 식욕부진, 구토, 두통... 등등 관절 이외의 증상
최근에 여행을 다녀오지는 않았는지 --- 여행을 했다면 어디어디를 얼마 동안 다녀왔는지, 갔다온지 얼마 만에 증상이 생겼는지
현재 증상에 대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받았다면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과거력과 복용약 --- 다른 질병으로 과거 또는 현재 치료 받거나 수술을 한 적이 있는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은 무엇인지
사회력 --- 직업, 술이나 담배, 커피, 운동, 오락활동 등의 습관과 양
가족력 --- 가족 중에 유사한 증상이나 연관된 질환은 없는지, 합병증은 없었는지

다발성 관절통의 경우 대부분 전신을 자세하게 검진해야 합니다. 이것은 머리, 눈, 코, 귀, 입, 목, 심장, 폐, 복부, 비뇨생식기, 신경계 등 관절 이외의 모든 부분을 살펴보고 여러 가지로 검사하여 최대한 전신 질환의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눈에 병명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지켜보아도 질병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또한 문진 단계에서 의심했던 질병의 갈래에 따라서도 검진의 주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 많은 차이가 있으므로 전신 검진에 관한 내용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근골격계의 검진을 간단히 알아봅니다. 관절에 대한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관절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질환들의 관절 침범 패턴에 익숙해야 합니다.검진은 환자가 통증을 주로 호소하는 부분을 포함하여 전신의 모든 관절과 근육들을 체계적으로 보고, 만져보고, 눌러보아 고통의 강도, 패턴, 대칭성, 관절의 부종, 뜨거움, 발적 등을 확인하고, 관절의 움직임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사하여 움직임이 원활한지, 운동이 제한되는 곳은 없는지, 운동 중 특별한 자세에서 통증이 유발되지는 않는지 등등을 봅니다.그 다음으로 통증이 관절부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면 관절 이외의 연부 조직들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합니다. 근육이 위축되거나 힘이 약해졌는지, 뭉친 곳은 없는지, 피부 밑에 멍울이 있지는 않은지 등을 보게 됩니다. 손톱이나 피부, 체모의 변화도 놓쳐서는 안 되는 귀중한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각 부분의 신체 검진에 대한 그림 설명의 일부입니다.


혈액 검사는 대개 기본적으로 행하는 검사와 의심되는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특수 검사들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본 혈액 검사는 약 20가지 정도로 구성되는데 특히 혈구 수치(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수치), 간기능, 콩팥기능, 그리고 경우에 따라 전해질 수치 등은 질병의 상태를 나타낼 수도 있고 향후 치료와 관련하여 약물의 선택이나 용량조절, 부작용의 모니터링에 중요하므로 체크해야 합니다. 염증 수치는 어떤 질병을 진단하는데 아주 정확한 검사는 아니지만 전신의 염증 존재 여부와 심한 정도를 판단하는 귀중한 수치이므로 체크해 보는게 좋습니다. 의심되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많은 특수 검사들이 존재하는데 대략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하는 경우는 특수 염색, 항원 또는 항체 검사, 배양 검사, 또는 DNA 검출 검사(PCR) 등을 하게 됩니다. 통풍을 의심하는 경우는 요산, 근육질환은 근육 효소 검사, 내분비 질환의 경우는 해당 호르몬 검사, 악성 종양의 경우는 암 표지자 검사 등을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관절염이나 전신 류마티스 질환을 의심하는 경우는 류마티스 인자, 항핵 항체, 보체 검사, 특수 자가면역 항체 검사, 특수 유전 형질 검사, 여러가지 면역 관계 인자 검사 등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질환에 따라서는 혈액 검사만으로 불충분해서 대소변이나 가래, 분비물 검사, 또는 특수한 부위의 조직 검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검사의 결과가 불확실하여 결국에는 수술을 통한 조직 검사로써만 질환의 정체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쉽게 가능한 검사에서부터 외국의 특수 기관에 의뢰해서 몇 달씩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검사까지 수많은 검사들이 있지만 실제로 어떤 검사를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꼭 감별해야 하는 질환들의 가능성(확률)의 조합에 따라 결정됩니다. 각 질환의 감별 선택, 검사 종목 및 방법의 선택, 그리고 결과의 해석 등에는 넓고 깊은 지식과 더불어 패턴에 따른 확률을 고려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기본적으로 관절염을 의심하는 경우에는 환자분이 특히 통증을 호소하는 부위를 촬영하고 만일 특별한 전신 질환을 의심하는 경우는 그 질환이 잘 침범하는 장기도 같이 찍게 됩니다. 예를 들면 루퍼스나 혈관염, 그리고 폐를 침범하는 감염의 경우는 폐사진을, 다발성 골수종의 경우는 머리 사진과 골반을, 복부 증상이 동반된 경우는 복부 사진을, 악성 종양이 의심되는 경우는 각 침범 부위를 찍는 것이 합리적이라 하겠습니다. 한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이런 다발성 관절통의 경우 의심부위를 촬영해 보아도 별다른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촬영 외에도 다양한 조영제 촬영, 특수 기법 촬영들이 있으므로 단순 촬영이 도움이 되지 않거나 결과가 확실하지 않을 때 이용해볼 수 있습니다.
의심되는 질환의 종류에 따라 관절, 복부, 심장 또는 갑상선 초음파 등이 저렴한 비용으로 원인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초음파상 불확실하거나 초음파가 도달할 수 없는 부위의 병변은 CT나 MRI로 검사하게 되는데 비용이 높으며 일반적인 생각처럼 모든 것을 다 탐지해 내는 검사들은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핵의학 검사들이나 PET 스캔, 신경이나 근육의 상태를 보는 근-신경전도 검사 등도 질병의 종류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신 통증이란 그 자체가 하나의 증상일 뿐 원인이 되는 질환들은 아주 다양하고 많으며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여러 진단 과정을 통하여 증상의 원인이 되는 질병을 찾아 올바른 진단을 확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진단이 내려지면 질환의 특징에 맞춰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감염질환의 경우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생제 치료, 면역이상질환은 면역기능의 조절, 염증성 질환은 염증의 조절과 질병진행의 방지 등 원인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따르게 됩니다. 그 외에도 심한 통증의 조절, 물리치료, 운동 및 식이요법 등의 치료가 증상의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이 진행된 질병에서 불편한 관절 기능으로 인해 삶의 질이 훼손되는 경우에는 수술을 통하여 관절 기능을 개선하거나 최소한의 기능을 보존해 주기도 합니다. 각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는 각 질병의 안내를 참조하거나 해당 분야의 전문의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