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 관절염의 시작과 발병과정에 대해서 많은 것이 알려져 있는데, 유전요인, 환경요인, 호르몬의 영향, 면역기능 이상, 그리고 감염성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계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동안 류마티스 관절염을 촉발시키는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까지 특정한 단일 원인(단일 미생물의 감염이나 화학물질에의 노출, 또는 특정 자가항원 등)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으킨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류마티스 관절염 자체가 한가지 질환이 아니고 그에 따라 관련된 원인도 여러 가지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과정에 관여하는 수많은 인자가 발견되었고 이들이 어떻게 발병 및 진행 과정에 관여하게 되는지 점차 이해하게 되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초기 발병 과정을 더욱 깊게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여러 발병 인자 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인자는 유전요인으로 전체 발병위험도의 약 60%가 유전자로부터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명확히 알려진 유전인자 외에 미약한 역할을 하는 수천 가지 유전인자의 역할까지 더하면 약 80%가 유전자의 영향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환자 직계 가족들의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률은 2~3%로 일반인과 비교하면 약간 높은 편이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환자의 형제들은 위험이 약간 더 증가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약 3~4배 잘 걸리고 일란성 쌍둥이는 동시 발병률이 약 15~30%로 높아 유전의 영향이 상당함을 알 수 있으나 역으로 약 70%가 넘는 경우에서 발병하지 않는 것을 보면 유전인자가 있다고 모두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유전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특수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질병이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2년 현재 약 45개 이상의 유전자가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에 관계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며, 대규모 유전자 연관 연구 (GWAS)를 통해 새로운 관련 유전자가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어떤 하나의 유전인자가 질병의 발병 여부를 결정하는 질병(단일유전인자 질환)이 아니라 여러 가지 유전인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발병 여부와 증상의 중증도가 결정되는 질환(다유전인자 질환 /또는 복합유전 질환)입니다. 따라서 어떤 특별한 유전자 하나 때문에 질병이 발병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미 알려졌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유전인자들이 발병에 누진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전자들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유전자는 HLA-DRB1 계열의 유전자로서 백인들의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에 약 30~50%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HLA 유전자들은 인간의 6번째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자들로서 외부에서 침투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미생물에 대한 면역방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유전자들은 주요 조직적합성 항원분자(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 molecules)라고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데 이 단백질들은 포획된 항원들과 결합한 후 세포의 표면으로 나가 면역신호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HLA 유전자들은 염색체 내의 위치와 기능에 따라 제1군, 2군, 3군 등으로 분류됩니다. 제1군에는 HLA-A, -B, -C가 있고, 제2군에는 HLA-DP, -DQ, -DR 계열들이 있는데 이 중에서 HLA-DR 유전자, 특히 β1 사슬분자를 합성하는 DRB1 계열의 유전자들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2군 유전자들이 만들어내는 제2군 MHC 분자(또는 HLA 분자)들은 각각 α1, α2, β1, β2 사슬의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단백질의 α1과 β1 분자 사이에 형성되는 3차원 형상의 골(cleft 또는 groove)에 외부의 항원(세균이나 다른 침입자의 조각들---펩타이드 항원)이 결합하게 됩니다. 일단 세포 안에서 펩타이드 항원과 결합한 MHC 분자는 세포 표면으로 방출되는데, 세포표면에 나온 [항원-MHC 분자 복합체]를 T-세포가 인식하게 되면서 여러 면역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시작되게 됩니다.
HLA-DRB1 유전자들은 수백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각각의 사람들은 이 중에서 두 개(=한 쌍의 대립유전자)만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DRB1 유전자들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과 연관되지는 않고 그 중 특별한 종류들이 발병위험을 높이기도 하고, 어떤 종류는 오히려 발병위험을 낮추기도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 DRB1 유전자는 제2군 MHC 분자의 β1 사슬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이 β1 사슬 단백질의 70번부터 74번 위치에 존재하는 다섯 개의 아미노산들이 펩타이드 항원과의 결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을 “항원결정기(Epitope)”라고 부릅니다. 관절염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들은 이 부분에 특징적으로 QKRAA, QRRAA, 또는 RRRAA라고 하는 아미노산 배열(Q : 글루타민, K : 라이신, R : 아르지닌, A : 알라닌)을 갖는데 여러 종류의 DRB1 유전자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이 배열들을 “공통 항원결정기 (Shared epitope; SE)”라고 부릅니다. 이런 아미노산배열이 왜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에 취약성을 갖게 하고, 또한 중증도를 높이는지, 그리고 여기에 결합하는 펩타이드 항원이 어떤 것들인지를 알아내려는 연구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내재면역계의 중요한 수용체인 칼레티큘린과 공통 항원결정기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이해되고 있으며 이러한 결합으로부터 내재면역계와 적응면역계 간의 신호전달이 이루어지면서 자가면역의 활성화 및 염증의 확대/악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항원결정에 핵심역할을 하는 72번부터 74번 위치의 RAA 배열을 기준으로, 70번과 71번 위치의 아미노산의 종류에 따라 HLA-DRB1 유전자들을 5개의 그룹(S1, S2, S3D, S3P, and X )으로 세분하여 더욱 정교한 분자수준의 해석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머지않아 이러한 다양한 연구들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과정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HLA-DRB1 유전자 외에 다른 부위의 HLA 유전자들(HLA-B, HLA-DP, HLA-DQ), 그리고 비-HLA 유전자들에 관한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데 2012년 초 하버드대학 연구팀에서는 HLA-DRB1의 11, 71, 74번째 아미노산, HLA-B의 9번째 아미노산, 그리고 HLA-DPB1의 9번째 아미노산 등 펩타이드 항원과 직접 결합하는 부위의 다섯개 아미노산기들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유전자의 효과는 DNA에 새겨진 염기코드에 의해서 단순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외의 여러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2000년대 중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유전자 후성변화라고 하는 현상과 마이크로 RNA(microRNA)에 의한 유전정보 전사억제현상 등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지난 4~5년간 류마티스 관절염 분야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전자의 후성변화란 유전자가 복제된 다음 유전정보의 발현이 DNA 코드가 아닌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현상으로서 예를 들어 일란성 쌍둥이의 약 15~30% 정도에서만 류마티스 관절염이 같이 발병하고 70% 이상의 다른 쌍둥이들에서는 발병하지 않는 현상도 이렇게 유전정보의 발현이 변경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2012년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국 류마티스 학회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후성유전학(Epigenetics) 지식에 기반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면역 이상, 환경 요인들 외에 DNA의 메틸화, 유전자 전사/번역 후 히스톤 변화, 히스톤 아세틸화/탈아세틸화 등 여러 가지 유전자 후성변화가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정리/발표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유전자의 후성변화는 정상세포의 발달과 암의 발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되는 여러 연구결과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은 각 유전자의 질병위험도가 인종과 민족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HLA-DRB1의 기여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교적 높지만 백인들에게 많은 PTPN22의 고위험 변이유전자(R620W)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서 동양인의 발병위험은 높이지 않고, 대신 일본인과 한국인들에게 발병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된 PADI4는 서양인들에게는 변이가 잘 관찰되지 않아서 각 인종에 따라 작용하는 유전자군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최초로 관절염을 촉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펩타이드 항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여러 가지 물질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원인물질은 위의 표에 나열된 물질 중의 하나나 여럿일 수도 있고 아니면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물질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아마도 단 하나의 물질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되고 있는 유력한 원인물질은 씨트룰린화 단백질(Citrullinated Proteins)들로서 몇 년 전 류마티스 관절염의 활막 조직에서 항-CCP 항체의 목표가 되는 항원인 씨트룰린화 단백질이 존재함이 증명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 활액에서는 이런 항체를 분비하는 B-림프구가 발견되는 반면 다른 관절염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이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T-세포가 환자의 혈액 속에 존재한다는 것도 알려졌습니다. 단백질의 씨트룰린화는 인체의 여러 조직에서 일어나는 생리적 과정으로서 노화, 유전자의 발현과 조절, 세포사멸, 외상 회복과정, 염증과정 등 여러 가지 생리현상과 피부의 형성과정에 정상적으로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씨트룰린화 비멘틴(Citrullinated Vimentin), 파이브리노젠(Fibrinogen), 제2형 콜라겐(C1 epitope of Type II Collagen), 알파-에놀레이스(α-Enolase) 등 관절 및 혈액 내에 존재하는 여러 씨트룰린화 단백 항원들이 연구되고 있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이러한 단백질들의 씨트룰린화가 진행됨에 따라 면역 자기관용이 무너지면서 항씨트룰린화 단백질 항체(Anti-citrullinated protein antibody ; ACPA)가 형성되고 이어서 여러 가지 비정상 면역 반응들이 차례로 뒤따르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혈액과 관절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씨트룰린화 단백질 중 어떤 물질에 대해 최초로 이러한 ACPA가 형성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2012년에 발표된 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최고 12년 전까지의 샘플이 보관되어 있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81명의 혈액을 추적 검사한 결과 발병 10여 년 전부터 환자 개인에 따라 각각 다른 여러 가지 (특정한 한가지의 단백질이 아닌—) 씨트룰린화 단백질에 대한 항체들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체의 표적이 되는 단백질들의 개수가 점점 늘어나며 (항원결정기 확산; Epitope spreading), 관절염 발병 2년 전부터 항체들의 수치와 더불어 여러 가지 염증성 세포활성물질 (싸이토카인)들도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발병 직전에 혈액 속의 여러 가지 표지자들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이러한 검사들을 바탕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을 예측하고 또한 미리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학계에서는 흔한 치주질환(치은염과 치주염 등의 잇몸병)과 류마티스 관절염 사이의 인과관계 및 상호작용 가능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치주질환이란 우리말로 “풍치”라고도 하는데 잇몸의 염증(치은염)으로 시작하여 뼈와 콜라겐 기질의 파괴(치주염)로 연결되는 여러 단계의 질환들을 가리킵니다. 초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90% 이상에서 중등도 이상의 잇몸질환이 있고, 잇몸질환 치료를 받는 관절염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증상이 가볍다는 점, 그리고 두 질병의 발병과정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점 등이 두 가지 질병 사이의 상호연관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들이 최근 몇 년간 다수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에게 잘 나타나는 심장질환(관상동맥질환)의 발병도 잇몸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최근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특히 구강 내에서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주 원인균 중 하나인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세균성 병원균 중에서 유일하게 아르지닌을 씨트룰린으로 변환하는 효소(PAD)를 가지고 있는 병원체로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균에 의해 잇몸 주위에서 최초로 형성된 씨트룰린화 단백질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하여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12년 여름, 유럽 류마티스 학회에서는 초기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약 51%에서 고해상도 폐 CT-검사상 특징적인 이상 소견이 나타나고(정상인에서는 약 28%) 이들의 대부분이 ACPA 양성이라는 중요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관절의 활막에 다섯 가지 정도 존재하는 시트룰린화 단백질들이 폐에도 네 가지나 존재하고 흡연이 폐 조직의 씨트룰린화를 촉진한다는 최근 증거들을 고려할 때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전이나 발병 초기에 폐에서 일어나는 병리적 변화가 일부 환자의 관절염 발병과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크게 3단계를 거치면서 진행하게 됩니다.
- 첫 단계에서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시기에 말초림프기관(림프선, 비장 등)에서 면역세포들 간에 정보교환이 일어나면서 서서히 관절에 본격적인 염증을 일으킬 준비를 하게 됩니다.
- 두 번째 단계에서는 관절의 활막이 부어오르면서 통증과 뻣뻣함, 열감과 부종 등을 일으키고, 여러 가지 세포들이 급속히 분열하고 성장하여 패너스(Pannus)라는 침윤성 염증조직을 형성합니다.
-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서면 염증세포들이 연골과 뼈를 녹이는 효소들을 분비하면서 관절이 파괴(Erosion)되고 통증이 더욱 심해지며 결국 관절의 변형과 운동 장애(불구)가 오게 됩니다.
염증의 진행 과정에서 주 역할을 하는 세포들은 T-림프구(T-세포), 수지상세포/대식대포, 섬유아세포, 파골세포, 그리고 중성구 등이고, 류마티스 인자를 생산하는 B-림프구(B-세포)는 이들과 협조해서 염증을 악화시키는데 이러한 세포들은 세포활성물질(Cytokines), 화학유인물질(Chemokines), 그리고 기타 염증 매개물질들을 통해 관절조직의 염증을 진행하고 증폭하게 됩니다. 이때 염증의 진행은 크게 1) T-세포의 활성화, 2) B-세포의 활성화, 3) 효력세포(또는 효과기세포; Effector cell)의 활성화 시기를 거쳐 진행됩니다. 이 과정을 약간 더 설명해보면 처음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촉발시키는 원인물질(펩타이드 항원)을 탐지한 활막 내의 림프구들이 염증신호를 내보내고 여기에 끌린 T-세포가 혈액으로부터 관절로 스며들어오는데 활막에 있는 대식세포가 포획한 펩타이드 항원을 이 T-세포에 전달하게 되고 T-세포는 활성화되어 다시 여러 가지 세포활성물질(싸이토카인)들을 분비하게 됩니다. 이러한 세포활성물질들은 다른 T-세포나 대식세포/수지상세포, 섬유아세포, B-세포 등을 자극하게 되고 여러 가지 세포 사이에 복잡한 상호 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염증이 증폭됨에 따라 활막이 서서히 부어오르게 됩니다. 이런 활막의 염증이 장기적으로 계속되면 패너스(Pannus; 침윤조직)를 형성하게 되고 이 침윤조직이 점점 연골이나 뼈, 힘줄, 인대 등을 파고 들게 됩니다. 이처럼 류마티스 관절염의 주요 침범부위는 관절이지만 관절 외에도 눈, 폐, 심장, 혈관 등 다른 장기들 역시 염증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최근의 연구성과를 반영해서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 과정을 도식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까지의 최신 연구들에 의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은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유전적 배경은 상이하지만 최종 증상은 비슷한 질병군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첫째 그룹은 항씨트룰린 단백질 항체(ACPA) 양성인 군이고,
둘째는 항씨트룰린 항체 음성이지만 류마티스 인자 양성인 그룹, (일본 연구에서는 HLA-DRB1*0405와 *0901이 관련)
셋째는 항씨트룰린 항체와 류마티스 인자 모두 음성인 그룹입니다. (일본 연구에서는 DR14와 HLA-DR8 동형접합체가 관련)
나날이 발전하는 유전학과 면역학 그리고 분자생물학적 지식에 힘입어 발병 과정을 깊이 이해하게 됨에 따라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의 새로운 분류가 모색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간 추가연구를 통해 각각의 그룹에 대한 진단 및 치료, 예후의 판정 등에 커다란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관절이 아프면서 붓고, 만지거나 누르면 아프고, 아침에 자고 나면 관절의 움직임이 뻑뻑하게 느껴집니다. 이 뻑뻑함은 쉬었다가 움직이려 할 때도 나타나는데 보통 30분 이상 계속되며, 심한 병일수록 움직임이 부드러워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만져보면 관절이 뜨겁고 심한 경우에는 물이 찰 수도 있습니다. 흔히 손가락과 손목, 발가락, 발목 등 작은 관절을 여러 개, 그리고 대칭적으로 침범하며, 진행하면서 점차 관절을 파괴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관절염이 오래되면 손가락 사이의 근육들이 위축되고 관절도 망가지면서 변형이 오게 됩니다.
몸살, 피로, 열감, 체중감소 등이 있으며 눈이나 입이 마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피부 밑의 결절, 간질성 폐렴, 늑막염, 심낭염, 심근염, 혈관염, 신경염, 눈의 염증 등 관절 이외의 기관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부분(70%)의 환자들은 관절염이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살그머니 시작됩니다. 이 경우 관절의 통증보다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손이 부석부석하면서 움직임이 뻑뻑한 느낌이 자주 옵니다. 약간의 열이 있을 수도 있고 밤에 식은땀을 흘릴 수도 있습니다. 점차 옷을 갈아입고 세수하는 것이나 문을 열고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약 20%의 사람들은 며칠 내지 몇 주 사이에 발병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피로, 몸살, 열, 체중 감소 등의 전신 증상이 더욱 흔하게 동반됩니다. 나머지 약 10%의 환자들은 이삼일 사이에 급격히 아프면서 시작됩니다. 이런 때에는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감염이나 다른 전신 질환들을 감별하여야 하므로 실제 진단은 조금 늦추어질 수도 있습니다. 초기에 침범하는 관절 수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두세 개 정도의 관절이 붓고 아픈 형태로 시작하는 사람이 약 44%, 네 개 이상의 관절을 침범하는 형태는 약 35%, 그리고 한 관절만 아프기 시작하는 형태는 약 21%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의 70~80%의 환자들은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며 관절이 서서히 손상되어 수년이 지난 후 대부분 관절기능부전(불구)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약 10%의 환자들은 처음부터 증상이 심하게 시작되어 계속 악화일로로 치닫는 경과를 취합니다. 이 경우 일찍부터 강력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불과 1~2년 만에 관절이 빠르게 파괴되어 불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 10% 정도의 환자들은 1~2년 정도 아팠다가 서서히 증상이 호전되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많은 환자분들이 날씨가 흐리면 관절이 더욱 쑤신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상관관계는 이미 1960년대에 조지프 홀랜더 박사의 실험으로 입증되었습니다. 그의 실험에서 인공적으로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방에 관절염 환자를 넣고 습도를 증가시키면서 압력을 낮추면 통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온도와 수증기압을 함께 증가시켜도 통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날씨가 후텁지근해지면서 저기압 상태가 되면 환자분들이 더욱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아마도 기압이 변하면서 관절 주변에 분포되어있는 통각 신경에도 압력의 변화가 생기고 이 때문에 통증이 증가하지 않나 추측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하게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또한, 너무 추운 날씨에도 관절의 통증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쾌적한 온도와 적당히 건조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관절의 건강에 좋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누구나 증상이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발병 초기에는 류마티스 인자가 약 60%에서 음성(정상), 염증 수치(급성기 반응검사)도 60%에서 정상으로 나타나며, 엑스레이 소견 역시 70%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질환만 특별하게 양성을 나타내는 독특한 검사 방법도 없습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질환들도 많이 있고, 증상이 몇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진행하는 증례들도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류마티스 관절염인지 아닌지 확실한 판단이 매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단에 1987년에 미국 류마티스 학회에서 제시한 판단 기준을 참고해왔으나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있어서 미국 류마티스 학회(ACR)와 유럽 류마티스 학회(EULAR)가 다년간 함께 연구한 끝에 2010년 관절염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위해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은 너무나 다양하고 이런 기준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예외적인 경우도 많아서 최종적인 진단에는 환자의 다양한 증상과 갖가지 검사 소견을 종합한 전문의사의 판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2010년 분류 기준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조기진단율을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1987년 기준도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두 가지 기준을 모두 고려해서 임상적인 진단을 하게 됩니다.
또한, 상기의 기준 항목에 따라 점수를 평가하는 데는 많은 세부 고려사항이 있어서 섣부른 자가판단은 피해야 하며 의심이 되는 경우 구체적인 진단과 감별에 대해서 반드시 전문의사와 상의해봐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하기 위한 쉽고도 확실한 검사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결국, 진단은 환자의 임상 소견과 혈액검사 결과, 그리고 X-ray, 초음파, MRI 등의 영상자료를 종합하여 전문의사가 최종판단을 하게 됩니다.
염증수치
염증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ESR(적혈구 침강 속도)과 CRP(C-반응성 단백질)가 있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이 심한 정도와 대략 비례합니다. 따라서 대략적인 경과를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입니다. 하지만 이런 염증 수치들은 다른 원인에 의한 염증(예를 들어 감기)에서도 증가하기 때문에 꼭 류마티스 관절염만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염증 수치가 낮아 관절염이 심해 보이지 않는 시기에도 엑스레이 상 뼈의 손상과 관절 기능의 장애는 계속 악화할 수도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혈청 A-SAA나 MMP-3 수치가 류마티스 관절염의 악화나 호전을 좀 더 잘 반영한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혈구 수치
혈액 속의 적혈구, 백혈구, 그리고 혈소판 등의 수에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적혈구가 줄어들면 빈혈이 오는데 이는 관절염이 심한 정도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와 관련된 빈혈이 생기기도 하므로 경우에 따라 빈혈의 원인에 대한 자세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인자 (RF)
류마티스 인자란 자신의 면역글로불린 G의 특정 부분(Fc 부분; 면역글로불린이 분해되었을 때 결정화하는 부분)에 반응하는 자가항체로서 관절염이 시작하기 약 10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고 관절염 시작 무렵 수치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관절염이 생긴지 약 1년 안에 60~80%의 환자에게서 양성으로 나타나지만, 발병 초기에는 40% 미만에서만 양성 반응을 보입니다. 초기에는 음성으로 나왔더라도 1~2년이 지나면서 양성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진단이 확실치 않을 때에는 간격을 두고 다시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항핵항체
항핵항체란 세포의 구성요소 중 핵에 대하여 반응하는 항체들로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중 약 40%에서 양성 반응을 보입니다. 이 경우 다른 류마티스 질환들을 의심할만한 증상이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정밀한 2차 검사를 해서 감별을 해야 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초기 단계에서는 다른 질병과 비슷한 가볍고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분류기준으로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고 류마티스 인자 검사 역시 특이도가 높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기존의 진단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항-Sa 항체, 항-케라틴 항체, 항-핵주위 인자, 항-필라그린 항체, 항-CCP 항체, 항-gp 130-RAPS 항체, 항-RA33 항체, 항-캘퍼스태틴 항체 등 많은 면역학적 검사 방법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항-케라틴 항체, 항-핵주위 인자, 항-필라그린 항체 등은 공통적으로 씨트룰린화 단백 항원을 검출하는 검사방법들로서 이들을 ACPA (Anti-Citrullinated Protein Antibody; 항-씨트룰린화 단백 항체)라고 부르는데 최근 이런 ACPA의 목표물이 되는 혈액과 관절의 씨트룰린화 단백질들이 많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항-CCP 항체는 합성 씨트룰린화 펩타이드를 이용한 새로운 ACPA 검사법으로서 약 50~60%의 민감도와 95~98% 정도의 특이도를 보여 기존의 류마티스 인자의 결점을 크게 개선하였습니다. 제2세대 CCP 항체는 민감도를 70~75% 정도로 개선하였고 최근에는 민감도를 약간 (5%) 더 높인 제3세대 CCP 항체검사가 개발되었지만 임상에서는 아직 2세대 검사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연구결과 초기에 이 CCP 항체가 양성인 미분류 관절염은 3년 안에 93%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발전하는 반면, 음성인 경우에는 약 25%만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연구용으로 저장되어 있던 혈액을 이용한 조사에서는 관절염 증상이 나타나기 약 10-14년 전부터 이 항체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밝혀져서 류마티스 관절염의 조기 진단과 병인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에서 항-CCP 항체 양성인 환자의 뼈의 파괴가 더 심하고 병의 진행이 더 빠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환자들은 처음부터 더욱 강력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 미분류 염증성 관절염의 경우에는 HLA-DRB1, PTPN22, STAT4, PADI4 등의 취약유전자 정밀 검사를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의 가능성을 평가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검사를 통해 질병의 경과가 가벼울 것인지 또는 중증으로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예후도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가의 연구장비들이 필요한 관절염 취약유전자들의 분석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키트가 개발되어 이런 검사들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절 활액분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서 염증이 심해질 때는 관절에 물이 차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염증성 관절염은 세균의 감염으로 인한 화농성 관절염의 합병 가능성이 증가하므로 관절염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물이 차면 반드시 그 물을 뽑아서 세균이 있는지 검사해야 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악화로 물이 차는 경우 백혈구의 수가 mm3 당 5000-50,000개 정도이고 그중에서 중성구가 60~80% 정도를 차지합니다. 또한, 활액의 당 수치가 혈액에 비해 낮은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그러나 화농성 관절염이 합병된 경우에는 활액내 백혈구 수는 50,000~100,000개 이상, 중성구의 비율은 80% 이상으로 늘어나고 세균배양 검사에서 세균이 자라나게 됩니다.
영상 검사
류마티스 관절염이 잘 오는 손, 손목, 무릎, 발, 팔목, 어깨, 엉덩이 관절, 그리고 목뼈 등의 사진을 찍습니다. 특히 발사진은 손이나 손목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때에도 일찍부터 류마티스 관절염의 소견을 보이는 수가 있으므로 반드시 찍어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얻어진 사진들은 첫째 어떤 관절을 침범했는지, 둘째 관절염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셋째 나중에 찍은 사진과 비교를 통해 진행 속도 또는 치료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초기에는 정상으로 나오거나 연부조직이 약간 부은 소견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차차 진행함에 따라 관절 주변의 뼈가 약해지는 소견이 보이고 관절 간격이 좁아지거나 뼈가 파인 소견이 뒤따르게 됩니다.
적외선 체열검사는 피부의 표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의 강도를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쉬운 색상으로 변환시켜, 적외선이 많이 방출되는 곳 즉 표면온도가 높은 곳을 찾기에 용이한 검사입니다. 이는 육안적인 검진으로는 찾기 어려운 관절염의 침범부위를 구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그것이 염증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해상도 초음파는 초기 활막염이나 뼈의 손상 등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되고 따라서 류마티스 관절염의 조기 진단에 유용한 검사입니다. 그리고 신체 검진에서는 잘 만져지지 않는 깊숙한 관절들, 즉 엉덩이 관절이나 어깨 관절에 물이 찬 것을 잘 보여주고 무릎 뒤 오금에 생긴 물혹의 진단에도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사 중 치료를 요하는 소견이 보이면 바로 초음파 유도에 의한 정밀관절주사도 시행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경우 MRI는 주로 네 가지 상황에서 유용합니다.
첫째는 다른 영상 검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초기 관절염의 발견, 그리고 둘째는 환자의 목 증상(통증이나 불편감)의 평가, 세번째는 수술 전 기관삽관이 안전한지 알아보기 위한 목뼈의 정밀 검사 목적, 그리고 마지막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에 의한 손상의 평가 및 경과 추적입니다.
비교적 새로운 진단방법인 양전자방출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부착한 포도당이나 콜린과 같은 물질들을 정맥으로 주사한 후 신체의 어느 부위에 축적되는지를 촬영하는 검사로 주로 암세포의 위치를 찾는데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단과 평가에도 유용함이 알려지면서 활막조직의 대사상태나 염증의 정도를 평가하고 치료의 효과를 판정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 검사는 CT나 MRI 영상과 결합하여 평가하게 되면 병변의 위치를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병변의 형태와 기능을 동시에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 진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뼈를 약하게 하는 세포활성물질들 때문에 골다공증이 잘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류마티스 관절염을 오래 앓고 있을 때에는 반드시 골밀도 검사를 하여 뼈가 약해지지 않도록 하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감별 진단
류마티스 관절염과 비슷한 증상으로 여러 관절이 아플 수 있는 질환들이 무척 다양하므로 주의 깊은 감별이 필요합니다.
감별이 필요한 질환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발성 퇴행성 관절염
- 결정성 관절염---통풍, 유사통풍
- 감염성 관절염---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B형 또는 C형 간염, 파보 바이러스, 풍진 등), 결핵성 관절염, 라임병
지난 10년 동안 류마티스 관절염의 연구는 놀라울 만큼 발전하여 새로운 치료제들이 많이 나타났고 기존의 치료법들도 효과가 더욱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질병의 발병과정에 관한 연구가 점점 진행됨에 따라, 아직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무증상 고위험군의 사람들을 위한 예방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미래에는 현재보다 훨씬 효과가 뛰어난 치료가 나오겠지만 현재의 치료법들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료 결과가 좋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사의 판단에 따른 최선의 방법으로 질병을 관리해 나가야 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운동치료, 그리고 심한 관절 장애에 대한 수술적 교정 등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면역기능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부신피질 호르몬 또는 당질 코티코스테로이드라고 불러야 하지만 보통은 줄여서 ‘스테로이드’로 부릅니다. 인간의 콩팥 옆에는 부신이라고 하는 장기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인체 활동에 필수적인 여러 가지 호르몬이 만들어집니다. 그 중 피질(얕은 층)에서는 코티손이라고 하는 호르몬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부신피질호르몬, 즉 코티코스테로이드 호르몬입니다. 코티손은 몸의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당대사와 면역 기능, 그리고 항염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몸의 수분과 전해질의 조절, 그리고 심한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데도 필수적이어서 이 호르몬이 없다면 인간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1949년 봄,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필립 헨치 박사는 오랫동안의 연구 끝에 이 코티손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치료에 적용한 결과, 투여 다음 날부터 춤을 추고 뛰어다닐 정도로 탁월한 증상 개선을 보인 환자 증례들을 발표했습니다. 그 당시 전 세계의 언론들은 그때까지 특별한 치료약이 없었던 류마티스 관절염에 드디어 특효약이 개발되었다며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였고 이 공로로 일 년 뒤 협력자였던 에드워드 켄들 박사와 함께 1950년도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 후 약 10년간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있어 스테로이드 요법의 전성기였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 장기간의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골다공증, 고혈압, 당뇨, 감염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들이 나온 이후 60년대와 70년대의 의사들은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 아니면 스테로이드를 가급적 쓰지 않도록 교육받았습니다.
그러나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면서 많은 연구를 통해 스테로이드에 대한 지식이 진보함에 따라 이 약물로 언제 어떻게 어떤 용량으로 치료하고 어떻게 안전하게 감량할 것인지에 대한 정밀한 접근방법이 확립되었습니다.현재도 스테로이드는 심한 천식이나 루퍼스, 혈관염, 중풍, 다발성 경화증을 비롯한 여러 중증 질환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는 명약으로서 의학의 모든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약물로 쓰이고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있어서도 다른 약물들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초기에 효과를 발휘하는 가교 역할을 맡게 되고 중증 관절염의 치료 시 반드시 일정 기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좋다고 해서 과다한 양을 무절제하게 복용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게 되므로 반드시 치료로 얻어지는 이점과 부작용의 가능성을 잘 평가하여 용량과 사용기간이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스테로이드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약물이지만 이 스테로이드를 자유자재로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전문의사들은 어느 정도 용량에서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투여량을 조절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활막염이 너무 심하여 관절에 물이 차고, 활막염증조직(“패너스”)이 계속 뼈를 녹여 들어가면서 관절을 망가뜨릴 때는 조기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서 염증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관절의 파괴를 막는 현명한 치료법이 됩니다. 그런데 일부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이나 오래된 지식을 가진 분들에 의해 “스테로이드 관절주사가 관절을 상하게 한다”는 맹목적이고 잘못된 믿음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서 이런 항염주사 치료가 꼭 필요한 상태임에도 주사치료는 절대 받지 않겠다고 하는 환자분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관절의 심한 파괴를 방치하게 되어 나중에 중증 기능부전과 관절의 불구를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사의 판단과 결정을 믿고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스테로이드 관절주사를 ‘뼈주사’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뼈에 주사를 놓는 것이 아니라 뼈와 뼈 사이의 공간에 주사하는 치료입니다. 그래서 적량을 적기에 투여하면 뼈나 관절 자체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관절의 염증을 신속하게 가라앉히는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게 되므로 관절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게 됩니다. 전문의사의 판단에 따라 안전하게 시술되는 스테로이드 관절주사는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탁월한 치료로서 세계적으로 공인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의 소염진통제가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지만 스테로이드에 비해 약 30% 정도의 항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계통의 약물들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지 못하므로 증상이 가벼운 환자의 대증치료나 중등도 이상의 질환에서 보조치료제로써 쓰입니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셀레브렉스 같은 콕스-2 억제제들은 소염진통제의 단점이었던 위장장애를 대폭 개선한 좋은 약물이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선별적으로 처방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는 이 질병진행 억제약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퀴니딘 계열의 항말라리아제, 설퍼살라진, 메토트렉세이트, 아자타이어프린, 사이클로스포린, 레플루노마이드 등 많은 약물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행을 억제하고 관절의 파괴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으나 이런 효과들이 나타나기까지는 대략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이런 약물들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까지는 진통소염제나 스테로이드 등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약물은 오늘날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있어 다른 모든 치료제들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널리 인정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질병진행 억제제 중에서는 설퍼살라진과 더불어 가장 빨리 작용하는 약물로서 약 6주 내지 8주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또한, 효과 대비 부작용의 위험 비율도 좋아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으나 드물게 간기능 이상이나 골수 기능 억제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약 2개월에 한 번씩 피검사를 함으로써 적절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우려 때문에 증량을 조심스럽게 했으나 실제로는 부작용 위험이 낮고 일정 용량 (일주에 최소 6알) 이상에서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최근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후부터는 치료 초기부터 과감하게 증량하여 염증을 줄이고 관절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것이 최신 경향입니다. 바이러스성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질환의 경우에는 금기가 되기 때문에 이 제제를 복용하시는 분은 반드시 간염 검사를 하고 금주를 해야 합니다. 또한, 임신 중 복용은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임신 6개월 전부터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이 약을 복용 중 배가 많이 불편하거나, 열이 나거나, 머리털이 가늘어지고 빠지는 현상, 또는 까닭 없이 기침과 가래가 자주 나오는 현상 등이 있으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유럽에서 선호하는 약물로서 메토트렉세이트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토트렉세이트처럼 처음에는 낮은 용량에서 시작하여 1주에 한 알씩 최고 3~4그램까지 증량해야 합니다. 위장관 부작용이나 두통, 그리고 두드러기의 빈도가 약간 높으며 골수 억제나 간기능 이상이 올 수도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하여 이런 부작용에 대비해야 합니다. 극히 드문 부작용 중 무과립구혈증이나 스티븐-존슨 증후군이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이 약을 복용 중 속이 불편하거나,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거나, 피부에 반점이 생기거나, 또는 열이 나면 빨리 담당의사에게 연락해서 상의해야 합니다.
여러 종류의 퀴니딘계 항말라리아제 중 우리나라에서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성분만 처방 가능합니다. 상용량에서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혈액 검사도 필요 없는 안전한 약이지만 관절염의 개선 효과는 다른 약들에 비해 약합니다. 대신 피로를 덜어주고 근육 경련을 풀어주는 보너스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1998년에 소개된 약물로서 메토트렉세이트와 유사한 효과를 보입니다. 대개 메토트렉세이트를 쓸 수 없는 환자에서 대체 약물로 선택되지만, 메토트렉세이트와 함께 써서 상승효과를 거두기도 합니다. 부작용으로서는 설사, 구토, 머리털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현상, 간기능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빨리 담당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 중에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되고 간염이나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추천되지 않습니다.
이 약물들은 원래는 주로 장기이식 후 면역 억제를 위해 쓰이는 약들이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에도 좋은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관절염 치료 용량은 장기이식 후 면역억제 용량보다는 훨씬 적고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몇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다른 약들이 듣지 않는 경우에 선택됩니다. 이 약물들은 반드시 경험이 많은 전문의사에 의해서만 처방되어야 합니다.
과거에 치료 약물의 선택폭이 넓지 않던 시절에 조심스럽게 쓰이던 이 약물들은 그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많아서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이톡산만이 드물게 스테로이드에 듣지 않는 류마티스 혈관염의 치료에 쓰이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질병을 분자세포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세포 대사의 특정 부분을 아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물학적 제제란 이러한 첨단 지식을 바탕으로 인체 세포나 동물 세포 또는 세균을 이용한 특수배양이나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제조하는 약물들로서 주로 질병의 진행과정에 관여하거나 세포기능을 차단하는 항체 또는 이와 유사한 물질들을 말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연구분야에서도 염증의 진행 과정에 ‘종양괴사인자-알파’와 ‘인터루킨-1’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1990년대 초부터 이런 염증물질들을 무력화시키는 치료가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엔브렐’과 ‘레미케이드’를 필두로 여러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되었는데 이 약물들은 병이 완치되었다고 믿는 환자들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여 관절염으로 인한 고통과 관절의 파괴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약 30%의 환자들은 이런 치료를 받아도 별다른 개선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 3개월을 투약해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중단하고 다른 치료로 전환해야 합니다. 또한, 완치에 가까운 좋은 효과를 본 사람들도 약의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치료에 의한 호전이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고가의 가격 때문에 모든 환자가 다 이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런 약물들은 부주의하게 쓰면 결핵이나 중증감염, 루퍼스 또는 신경질환의 발병, 심부전의 악화 등의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려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 FDA에서 1998년에 최초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승인된 생물학적 제제로서 유전자 재조합에 의해 종양괴사인자 수용체와 면역글로불린의 Fc부분을 접합시킨 가짜 종양괴사인자 수용체(Type II TNF receptor-Fc fusion protein)입니다. 종양괴사인자(TNF)란 염증성 자극에 반응하여 대식세포에서 분비되는 싸이토카인으로서 면역조절과 염증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물질은 종양괴사인자와 결합함으로써 세포벽의 진짜 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하여 종양괴사인자의 효과를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치료는 25mg을 일주일에 2번 피하에 주사하거나 50mg을 1주에 한 번 주사합니다.
이 약물은 1997년에 FDA에서 크론씨병에 대한 생물학적 치료제로 승인되어 엔브렐보다 1년 먼저 판매가 시작되었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승인 신청이 늦어 엔브렐에 이어 두 번째로 승인된 항류마티스 생물학적 제제입니다. 종양괴사인자에 대한 (쥐-인간) 이종단백접합 단일클론 항체로서 종양괴사인자와 결합하는 부분은 쥐에서 유래한 단백질이고 Fc부분은 인간유래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종양괴사인자와 직접 결합함으로써 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하여 종양괴사인자의 작용을 무력화시킵니다. 치료용량은 일반적으로 체중 1kg당 3mg을 혈관주사로 투여하며 초기에는 0, 2, 6주 간격으로 3번 맞고, 그 이후에는 유지용량으로 1~2달에 한 번씩 맞습니다.
휴미라 역시 레미케이드와 같은 원리로 종양괴사인자를 차단하는 단일클론항체이지만 차이점은 이종단백접합이 아닌 완전한 인간유래 단백질이기 때문에 동물유래 단백질 부분이 없어 약제에 대한 항체의 생성이 적은 장점이 있습니다. 치료는 40mg을 2주에 한 번씩 피하주사로 투여하게 됩니다. (2002년 FDA 승인)
이 약물은 휴미라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인간유래 단백질로 구성된 단일클론항체로서 작용시간이 길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50mg을 피하주사로 맞습니다. (2009년 FDA 승인)
쥐 세포에서 유래된 면역글로불린의 항원결합부분(Fab) 부분을 부분적으로 인간유래 단백질과 유사하게 변형(Humanize; 인간화)시킨 다음 폴리에틸렌글리콜 분자를 접합시켜 작용시간을 늘린 새로운 종양괴사인자 차단제로서 초기에 400mg을 0, 2, 4주에 맞은 후 유지용량으로 200mg을 2주에 한 번, 또는 400mg을 한 달에 한 번 피하주사로 맞습니다. (2009년 FDA 승인)
인터루킨-1이란 백혈구를 염증이 있는 곳으로 끌어들이고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며 T-세포와 B-세포의 분화를 촉진함으로써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입니다.
키너렛은 유전자 재조합에 의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수용체 결합물질로서 인터루킨-1 대신 수용체와 결합하여 인터루킨-1이 수용체에 붙는 것을 경쟁적으로 방해하는 약물입니다. 다른 생물학적 제제에 비해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효과가 적어 잘 쓰이지 않으나 대신 다른 종류의 관절염들에는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약물입니다. 치료 용량은 100mg을 하루 한 번 피하주사로 맞습니다.
인터루킨-6는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포 내의 gp-130이라는 물질을 통해 여러 단계의 세포 내 신호전달을 활성화하고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을 분화, 증식, 이동시켜서 관절염증의 파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RANKL을 활성화하여 골다공증과 골미란(Erosion) 과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악템라는 인터루킨-6의 수용체에 대한 단일클론항체로서 쥐에서 유래한 인간화된(humanized) 결합부위와 인간유래 Fc 부분을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든 약물입니다. 체액 속의 수용성 인터루킨-6 수용체와 세포막에 고정된 수용체 모두에 결합하여 인터루킨-6의 작용을 차단합니다. 치료는 체중 1kg 당 4~8mg을 정맥주사로 4주에 한 번씩 투여하게 됩니다. (2010년 FDA 승인)
염증 발생의 초기 대식세포가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두 가지의 자극이 필요한데 첫째는 항원을 탐식 후 처리/가공하여 T-세포 수용체에 전달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식세포의 CD80/86 분자가 T-세포의 CD28 분자에 결합하여 2차(공동)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T-세포의 세포막에는 CD80/86과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한 종류 더 있는데 세포독성 T-림프구 관련 항원 4(CTLA-4)이 그것입니다. 이 CTLA-4가 CD28 대신 CD80/86과 결합하게 되면 T-세포는 활성화되지 않고 자가사멸에 이르게 됩니다. 오렌시아는 이 CTLA-4의 수용체 부분과 인간 면역글로불린의 Fc 부분을 유전자재조합기술로 접합시킨 생물학적 제제로, 대식세포-T-세포 사이, 그리고 B-세포-T-세포 사이에 2차 자극의 전달을 막아 좋은 염증조절 효과를 보이며 질병진행 억제제나 종양괴사인자 억제제에 듣지 않는 중등도 이상의 심한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쓰이고 있습니다. 투여 용량은 체중 1kg 당 10mg(500mg (<60kg), 750mg (60-100kg), 1000mg(>100kg))을 0, 2, 4주에 정맥주사하고 유지용량으로 4주에 한 번씩 투여하게 됩니다. (2005년 FDA 승인)
B-세포는 류마티스 관절염 면역 반응의 과정에서 주로 류마티스 인자나 항CCP 항체를 생산하거나 염증성 싸이토카인(종양괴사인자/인터루킨-1/인터루킨-6 등)을 분비하고 다른 T-세포들과 협력하여 염증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맵테라는 B-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CD20이라는 수용체에 대한 (쥐-인간) 이종단백접합 단일클론 항체로서 인체 내의 미성숙 B-세포와 성숙한 B-세포들의 표면에 있는 CD20에 결합하여 여러 가지 작용을 통해 거의 모든 B-세포의 사멸을 유도합니다. 이렇게 B-세포의 대부분이 사멸하게 되면 염증을 악화시키는 양대 축 중의 한 축이 작용을 못 하게 되어 자연히 염증 반응이 수그러들고 관절염의 증상도 좋아지게 됩니다. 참고로 이전에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병과정에서 염증 반응에 주로 T-세포가 관여하고 B-세포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맵테라의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B-세포 역시 관절염의 면역 반응을 유발하고 조절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세포로서 T-세포에 못지않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투여방법은 2주 간격으로 1000mg을 약 30분에 걸쳐 정맥으로 주사하는데 한 번 치료로 효과가 약 6개월 이상 지속되므로 일년에 한두 싸이클 주사로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06년 FDA 류마티스 관절염에 승인)
2000년대에 들어서 쓰이기 시작한 생물학적 제제의 뛰어난 효과 덕분에 많은 중증/난치성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지만 주 단위 피하주사나 월 단위 정맥주사를 꾸준하게 맞아야 하는 불편 때문에 먹는 경구용 약으로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효과를 실현하고자 하는 연구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렇게 개발되고 있는 약물 중 Tofacitinib이 최초로 2012년 11월 6일 미국 FDA에 의해 미국시장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승인되어 판매가 허가되었습니다. 이 약물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염증 반응에 중요한 싸이토카인들(IL-6, IL-7, IL-15, IL-21, 그리고 인테페론-α와 –β 등)의 염증신호 전달과정에 작용하는 Janus Kinase(JAK)를 억제하는 물질로서 일반적으로 다른 생물학적 약물들이 한가지 염증물질만을 차단하는 것에 비해 여러 염증물질의 효과를 동시에 차단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였습니다. 이 치료를 받을 대상은 가장 많이 쓰이는 질병진행억제제(DMARD)인 메토트렉세이트에 듣지 않는 중등도 이상의 성인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로서 효과와 부작용 내역은 대체로 생물학적 제제와 비슷한데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주사를 맞지 않고 하루에 두 번 알약으로 복용한다는 장점이 있어 생물학적 제제 주사를 싫어하는 분에게 적합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분들은 자기가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막연한 환상이나 헛된 기대를 넘어 질병의 실체를 인식함으로써 매사에 현실적인 대처를 할 수 있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잘 치료할 수 있습니다. 먼저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신이 뭔가를 잘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질병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치료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알아야 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조정하고 어렵고 힘들 때에 이겨내는 법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궁금한 것은 담당전문의에게 묻든지 아니면 인터넷이나 대중 매체 또는 서적 등을 통하여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전문성이나 정보의 시차에 따라서, 또는 문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답변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합니다.
관절염 환자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운동이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분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어떤 운동을, 어떻게, 얼마만큼 해야 하는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모르기 때문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운동 및 재활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사와 상의한 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담배는 류마티스 관절염의 강력한 유발인자라는 것이 여러 논문을 통해 보고되었습니다. 몇 년 전 스웨덴에서 발표된 한 논문에서는 유전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에 취약한 대립유전자를 한쪽만 가진 흡연자는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약 7.5배, 양쪽 모두 취약 유전자인 경우는 약 16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런 유전자가 없는 흡연자도 비흡연자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위험이 약 2.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많이 피울수록, 또한 오래 피울수록 류마티스 관절염 발생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또한, 담배는 뼈를 약하게 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뼈가 손상되면서 약해지는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흡연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커피가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생을 증가시키는지는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리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지만 다른 연구에서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은 흡연자일 가능성이 높고 흡연 때문에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이지 커피 자체는 별 영향이 없는 것 같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은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오게 하여 뼈를 약하게 하고 하루 두 잔 이상 마시면 메토트렉세이트의 치료 효과를 많이 감소시키므로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커피를 끊을 수 없는 경우에는 카페인을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에 프림 대신 우유를 타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과도한 음주는 뼈를 약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유발합니다. 또한, 간에 부담을 주고 영양의 균형을 무너뜨려서 몸이 염증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무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중 특히 메토트렉세이트나 레플루노마이드처럼 간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들은 술과 함께 복용하게 되면 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일주일에 이틀 이상 음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에 대하여 반드시 담당 선생님과 상의해야 합니다.
일단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되면 혹시 내가 무엇을 잘못 먹어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또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증상개선에 도움이 될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것은 환자로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어떠한 음식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신연구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최근까지의 과학적 데이터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어떠한 특별한 음식이 일반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경과에 주목할만한 도움을 준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염증이 진행되는 만성질환입니다. 관절의 염증으로부터 발생되는 인터루킨-1이나 종양괴사인자들은 종종 영양소모와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해서 체중감소와 체력저하를 일으키게 됩니다. 게다가 통증과 관절기능의 장애로 장보기와 식사준비가 어려워 이런 영양소모를 보충하기 위한 영양이 풍부한 식단을 꾸미기 힘듭니다. 따라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분들은 엽산, 비타민 C, 비타민 D, 비타민 B6, 비타민 B12, 비타민 E, 칼슘, 마그네슘, 아연과 셀레늄 등이 결핍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 이런 비타민, 미네랄, 여러 가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 같은 식물성 음식, 그리고 단백질과 오메가-3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생선, 고기 등 동물성 음식 사이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함으로써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는
- 되도록 여러 가지 음식을 골고루 먹는다.
- 여러 가지 알곡과 과일, 채소를 많이 먹는다.
- 포화지방산이나 콜레스테롤이 많거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되도록 줄인다.
-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할 때에는 종합비타민제의 복용을 통해 보충한다.
- 식사와 체중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당한 육체 활동, 또는 운동을 생활화한다.
둘째,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어떤 환자들은 특정 음식(고기나 우유, 가공식품 등)을 먹고 나서 관절염 증상의 악화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음식에 대한 일종의 알러지반응으로 관절염증이 악화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단식은 일시적으로 관절염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으나 그 효과가 10일 이상 지속되지는 않고 정상식사로 복귀 후 증상도 다시 원위치하므로 단식이 초래하는 여러 가지 영양상의 문제를 고려할 때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류마티스 관절염과 음식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현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이 가장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좀 더 구체적인 증거가 확보되기 전에는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근거한 영양식이요법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활막 제거수술
치료에 잘 듣지 않고 고질적으로 염증이 계속되면서 관절 손상이 진행될 때는 먼저 스테로이드 주사를 시도해 보고 그래도 잘 듣지 않으면 수술적으로 활막을 제거해 주어야 합니다.
힘줄 교정수술
관절염이 진행하면서 주위의 조직을 침범하고 무리를 주게 되면 계속하여 운동하는 부분인 힘줄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빨리 수술을 함으로써 힘줄을 이어주거나 경로를 변경해 주어야 합니다.
인공관절 수술
어떤 관절염이든지 말기가 되면 관절이 망가져서 기능을 못하게 되고 불구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관절의 역할을 대신하는 인공 보형물로 대체하여 관절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손가락, 팔꿈치, 어깨, 무릎, 엉덩이 등의 관절에 시행할 수 있습니다.
경추 고정수술
제1번과 2번 경추는 류마티스 관절염이 잘 침범하는 부위 중의 하나로서 특히 전신마취를 위해 기관삽관을 하는 경우 탈구가 되면서 전신 마비라는 중대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수술을 앞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반드시 정밀 검사를 통해 목뼈의 침범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탈구가 되지 않도록 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진행과정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게 되면 나중에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다행히 가볍게 아프다가 호전될 수 있지만 (10%), 대부분의 환자는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장기적으로 반복하게 됩니다. 염증이 심해지고 관절 기능이 악화됨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이불을 개는 것, 세수하고 이를 닦는 것, 식사, 머리를 빗고 옷을 입는 것 등 평소에 사소하게 생각했던 일들이 힘들어지는데 한 설문조사를 보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약 70%가 질병 때문에 일상활동에 지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질병이 시작된 지 2년 후에는 약 20%, 그리고 5년 후에는 약 1/3의 환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10년 후에는 약 40%의 사람들이 관절의 기능부전(불구) 상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의 효과가 좋아지면서 최근에는 이렇게 불구에 이르는 경우가 크게 줄었으나, 치료를 소홀히 하면 여전히 관절의 기능악화와 변형을 피할 수 없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단순히 관절의 염증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여러 기관을 침범하여 장기적인 합병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몇 가지 중요한 합병증과 그의 심각성을 살펴보면
- 심근경색의 발병이 2배 증가.
- 뇌졸중의 발병이 70% 증가
- 감염 발생이 70% 증가
- 임파선암 발병률이 25배 증가 (비호지킨 림프종)
- 여성의 경우 사망률이 41% 증가
- 기대수명이 10~18년 단축
- 골다공증이 빈발
등이 있고, 이 밖에도 다음과 같은 여러 합병증들이 있습니다.
- 말초신경염
- 근력 감소
- 빈혈
- 눈의 염증
- 다양한 폐질환
- 심낭염
- 혈관염
- 치주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자체는 관절의 고통과 불편함을 일으킬 뿐 생명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지만, 만성 염증과 관련된 전신 합병증들은 수명을 많이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제 점점 좋은 치료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또 초기 손상도 방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뼈와 관절의 조직손상과 변형이 일어난 후에는 다시 그것을 돌이킬 수 없고 영원히 후유증이 남게 됩니다. 또한, 이 질병은 일찍 치료를 시작할수록 경과가 좋고 치료가 늦어질수록 좋지 않기 때문에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아직도 환자분 중에는 이 질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거나 혼자서 무모한 시도를 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길고 지루한 본문을 읽고 나서, 류마티스 관절염은 비전문가가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감별진단 및 치료가 다른 일반적인 질환들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전문의사를 찾아 충분히 상의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은 다음, 치료에 있어 전적으로 그 의사의 판단과 결정에 의지하는 것이 자신의 관절을 보호하고 전신 합병증을 예방하며 미래의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